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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Dec 21. 2015

할머니는 캠핑카를 타고

호주 시드니, 블루 마운틴, 캔버러,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캠핑카 타고 열흘,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5일.

이 일정은 오늘 팔순 생신을 맞이하신 외할머니께서

지난 10월에 보름간 다녀오신 여행입니다.


젊은 사람들도 보통 일주일 넘는 여행은 피곤해하고, 

비행기 두 시간만 타도 답답하다는 사람들 많은데, 

할머니는 허리만 안 아프면 내일이라도 또 간다고 하십니다.


호주 캠핑카 여행은 이모와 이모부의 동행이 아니었다면 물론 성사되지 않았을 겁니다. 두분도 대단하시죠!

이모부는 할머니 피곤하실까 봐 여행 전에 휠체어를 사셨습니다. 허리도 안 좋으시고 연세도 있으시니 걱정되셨겠죠. 그런데 장기간 운전으로 피곤하셨는지 전에 다친 허리가 도졌다며 휠체어는 이모부께서 타셨다네요. 

잠깐이지만 할머니께서 이모부 휠체어를 밀어주셨다는군요. 그림을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헬기 타고 찍으신 영상을 봤는데, 우와~ 12사도 바위는 하늘에서 보니 더욱 멋졌습니다.

네, 할머니는 헬기도 타셨습니다...

헬기 대기줄만 30분 넘게 서있으셨다네요.


그런데 마지막 여정인 뉴질랜드 로투로와에서 온천욕은 한 번밖에 안 하셨다고 합니다. 

덩치 큰 외국인들과 수영복만 입고 탕에 함께 앉아있는 것이 부담되셨나 봅니다.

부끄럼을 타셨던 걸까요~


여행 얘기를 하다가 전에 유럽에 다녀오신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보다도 유럽 국가들을 훨씬 많이 다녀오셨죠. 5년 전에 성지순례를 하고 오셨거든요.

성지 순례라는 것이 얼마나 많이 걸어야 하는지 안 가본 저는 듣기만 해도 놀랍니다. 

어떻게 다녀오셨냐 여쭸더니,

"그때는 젊어서 가능했다."라고 하십니다. 75세 셨던 그때만 해도 아픈 데가 없으셨답니다.


매일 같이 몸이 쑤시다고 하는 35세 제 친구들에게 우리 할머니 얘기 좀 들려줘야겠습니다.

할머니의 반도 안살아본 우리는 어디 가서 나이 먹었다는 얘기 좀 그만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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