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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Nov 16. 2019

집에 가서 하고 싶은 일 해

-때려치워!라고 못해줘서 미안하다-  

2년 만인가. 전 직장 후배가 찾아왔다. 

12살이나 어린 친구지만 성숙하고, 인턴으로 입사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직원이 된 당찬 능력자 후배님이시다. 


이 친구도 어느덧 2-3년 차가 되었나 - 처음엔 학생티가 많았지만 이젠 세련되고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다. 


그동안 회사도 적응되고, 사람들도 친해지고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일이 너무 재미없다고 한다.  이 친구는 원래 마케팅을 하고 싶은 친구고, 실제 마케팅으로 입사해서 1여 년간 일 잘했는데 회사 내 사정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재무팀으로 옮겨졌다. 정직원 된 게 아깝기도 하고 , 아직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신입이 죽어도 마케팅을 하겠다고 우기기도 힘들었을 테니.. 여느 직장인들이 까라면 까듯이 재무팀으로 얌전히 가서 잘 적응하는 듯했다. 새로운 일도 배워보고 좋지! 라며 나름 자기 합리화를 하며 처음 보는 숫자들을 열심히 배웠던 것 같다. 


이제 그 새로운 일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본인이 맡은 일은 척척 처리하는 수준은 되었지만 여전히 이 일이 맞지 않고 너무 재미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 이제 슬슬 MBA 도 생각해보겠네? " 쓱 물어보니 화들짝 놀란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하.

"그게 다들 겪는 수순이야. 2-3년 정도 회사 다니면 다들 MBA 한 번쯤 생각해.  나도 그랬어. 난 뭐 유학 갈 돈도 없었지만 토플책 들춰보자마자 공부는 아니구나 싶어 바로 접었어. 대부분들 그런 시기를 거쳐" 

 

현재 회사에서 마케팅으로 다시 옮길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경력이 애매해서 경력직으로 다른 회사 마케팅으로 가는 것은 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마케팅이 너무 좋아서 다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 마케팅을 신입으로 지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요새같이 취업이 힘들다는 시기에 어렵게 얻은 정직원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큰 모험이다. 


" 넌 이미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포기할 수 없고, 이미 그에 맞춰 씀씀이도 커졌어. 이제 그 전으로는 다시 못 돌아간다~ "  후배가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귀여운 것. 

" 물론 나도  '아직 젊은데 다 때려치우고 나가서 하고 싶은 일 해!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짧은 인생!'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실제로 그런 조언을 해줄 때도 있고. 하지만 과연 지금의 안정된 정직원 자리와 모든 수입을 포기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 

후배님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것저것 말한다. 잠깐 사업 아이디어도 떠올려보고 장사 아이디어도 생각해놨다고 이것저것 얘기한다. 미안하지만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은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더더욱 없다. 


" 요새 회사에서 야근해? "  거의 매일 6시 칼퇴한단다. 

" 그럼 그냥 퇴근하고 집에 가서 하고 싶은 거 실컷 해. 장사를 하든 자기개발을 하든 유학 준비를 하든. 뭐하러 그 좋은 월급을 포기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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