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아한 술꾼 Aug 18. 2019

층간 소음 용기내어 항의해보다2

쿵쿵쿵쿵

띵동 띵동 

가슴이 쿵 쿵 뛰기 시작했다. 

한층 계단을 걸어 올라와서 그런가..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쿵쿵쿵


휴... 진정하자...마음을 가라앉히자...

이사 온 후 일 년 반이나 참고 고통스러웠던 그 이야기 오늘 드디어 하는 거야 

화내지 말고 부드럽게 말해야지 

703호 숫자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아래층 사는 사람인데요"


문이 열린다. 

"안녕하세요 저 아래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어머.. 죄송해요..시끄러워서 올라오셨죠 "

아기를 한 손에 안고 다른 손에는 조금 더 큰, 한 4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를 잡고 있는 그녀.. 

나를 보자마자 올 것을 알았다는 듯 미안해한다. 

문을 엶과 동시에 너무 미안해하니 나도 괜히 미안해진다.

그런데.. 아기 둘을 안고 잡고 있는 그분이 헉소리 날 정도로 미인이어서 말문이 잠시 막힌다. 

내가 여자여서 다행이지... 남자였으면 '실컷 뛰세요' 말하고 내려갈뻔했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라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되지. 

"네.. 제가 일 년 반 동안 참았는데요.. 아이들이 너무 쿵쿵대요.  바닥에 뭐 좀 까시면 안 될까요?"

슬쩍 거실을 들여다보았다. 

"네.. 깔았는데도 소용이 없나 보네요. 죄송해요. 시끄러우시죠"

"애들 뛰는 거 어쩔 수 없는 건 아는데.. 그래도 조심시켜 주세요.  이 집이 좀 이상한지 새벽에 물 내리는 소리까지 들려요. "

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불필요한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뭐든지 연습이 필요하듯이... 정중하게 항의를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나 약간 근엄한 얼굴로 나 참을 만큼 참았다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미안한 모습을 보이니 더 이상 길게 말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마음이 약해져서는  "조심해주세요" 하고 6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간간히 아이들이 뛰긴 하지만 금세 자제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진작 말할걸 그랬어. 괜히 1년 반이나 참았어. 

그리고 딱 2주 후 윗집이 이사 갔다!

아.. 1년 전에 말할걸.. 왜 이제야 말했나.

말하지 말고 2주만 더 참을 걸 그랬나.  

이제라도 말한 게 잘한 것인지 2주 정도 더 참아야 했던 것인지 여전히 판단이 안 선다

더한 사람들이 이사올까 봐 불안하다. 


새로 이사 온 윗집은 성인들만 있는지 이제 더 이상 아이들 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끔 성인들의 발소리가 쿵쿵 나긴 하지만 참을만하다.

토요일 새벽에 가끔 음악 소리가 나는 것 같긴 한데 애교 수준으로 봐줄 정도로 나는 이제 관대하다.


그래도 아랫집이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몰라서 그렇지 알면 더 조심해주지 않을까 

두 번이나 윗집에 항의한 경력이 있는데도 선뜻 윗집에 얘기하기가 힘들다.

경비실에 얘기해야 하나도 생각해보지만 그조차도 편치 않다. 


나는 여전히 단독 주택을 꿈꾼다 




 










 





작가의 이전글 콧속 하얀 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