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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Jan 29. 2019

콧속 하얀 털

그 자리에 또 날까? 

간질간질. 요 며칠 코끝이 계속 간지럽다. 손이 자꾸 코로 간다.

콧속에 뭐가 있나.. 살짝 거울을 들여다본다.  코털 조금 보이고 깨끗하다

왜 이러지? 미세먼지 때문인가. 계속되는 간지러움.  

마음 잡고 자세히 콧속을 거울에 들이대 본다.

어? 뭐지? 코털 하나가 하얗다. 실이나 먼진가?

손으로 살짝 만지려고 해 보는데 내 코털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하얗다!

이 하얀 코털이 문제인가. 그런데 왜 코털이 하얀가? 

순간 머리카락을 올려 본다. 눈으로 보기에 흰머리는 없다. 

그런데? 왜? 코털이? 

족집게를 찾아들고 뽑으려고 노력해봤는데 잡히지가 않는다.

잘 드는 족집게를 찾아 한번에 훅 뺀다. 

엄청 아플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살짝 따끔하다.

거짓말처럼 코가 더 이상 간지럽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다고나 할까 


시원한 코로 찬바람을 쐬니 여러 생각이 밀려온다.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며 유난 떨던 친구가 흰머리 나는 부분은 심지어 간질간질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 콧속 흰털도 마찬가지인가?  그래서 요 며칠 계속 간지러웠나? 


허전한 마음이 밀려온다.  이거구나, 나이 들어가는 느낌. 

30대 중반 흰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했던 그 충격 이후로 오랜만에 겪는 느낌.

혹시 머릿속을 들춰보면 새치들이 가득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20대 때에 30이 넘는 사람들에게 몇 살이냐고 물으면 '스물일곱'이라고 대답하거나, '모르겠다 안 센지 오래됐다'라고 답하는 두 분류뿐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의 핑계라고만 여겼다. 

실제로 내가 30이 넘어보니 정확히 서른둘인가 그 후로는 나도 진심으로 나이 숫자가 세어지지 않았다. 

서른둘이 마지막 숫자인 듯.. 33부터는 늘 헷갈렸다. 서른여덟인가  아니 아홉. 이런 식이 었다. 


나이 드는 거 싫다는 친구들 앞에서 나이에 맞게 우아하게 살면 된다고 쿨한 척 매년 얘기해줬는데..

하얀 코털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코털 하나 뽑고 이렇게 글을 쓸 만큼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재밌는 것은 

그 하얀 코털 뽑아내고 나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 자리에 또 날까? 한번 흰머리카락 난 자리에는 계속 난다던데 코털도 그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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