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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Dec 26. 2018

면접자도 말하고 싶다

면접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면접 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글들 , 특히 회사 채용 담당자들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써라, 저렇게 말하라'하는 글들 보면 참 고맙다. 면접을 앞둔 사람에게는 사소한 팁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묻고 싶다. 과연 채용 담당자들은 잘하고 있을까? 그들은 회사를 대표해서 밝은 얼굴로 정중하게 해야 할 것들만 행동하며 우리를 대해줬는가? 


업무 경력이 쌓이고, 자연스레 이직을 고려하는 순간이 오고, 마침 타이밍이 맞으면 몇 군데 면접을 보곤 했다. 신입 때와는 다르게 나 또한 면접관들을 평가하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면접을 보기도 했다.  특히 회사 내부에 지인이 없는 경우에는 내가 본  면접관이 그 회사 사람 전부이니, 그들을 통해 회사 분위기까지 평가가 가능했다. 


한정된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직접 겪었던 일들 몇 가지를 토대로 이제는 말하고 싶다.  


1. 자기소개를 꼭 해야 할까

신입이 아닌 이상 이력서에 내 신상부터 업무 경력까지 상세히 쓰여있다. 그 이력서를 1차로 평가하고 내가 좋았거나, 궁금한 것이 있거나 했을 테니 나를 면접에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자기소개를 또 시키는 것일까? 나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보고 싶은 것일까?  

나의 추측은 이렇다. 

사실 면접관들도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자기소개로 시간을 끄는 것이다. 혹은 이력서를 잘 읽어보지도 않은 채 회사에서 인터뷰해보라고 시키니 어쩔 수없이 들어온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경험한 훌륭한 회사 중 한 곳은 1차~3차 면접을 보는 동안 단 한 번도 자기소개를 시키지 않았다. 그들은 충분히 내 이력서를 읽어보았고, 이력서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는 세부 사항들에 대해 물어볼 것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내가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일은 얼마나 해봤는지, 오래 다닐 사람인지 등 알아봐야 할 내용들이 줄을 서있는데 내 이름이 뭔지 다시 한번 말해야 하는 우스운 자기소개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자기소개를 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면 면접관 본인 소개부터 했으면 한다. 적어도 내가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2. 왜 우리 회사인가

'우리 회사는 너 말고도 지원하는 사람 정말 많은데, 너는 왜 지원했고, 난 너를 왜 뽑아야 할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흠칫 했다. 예상 질문 중 하나였지만 이런 식으로 풀어낼 줄은 몰랐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크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동시에 과연 이러한 태도의 회사가 직원들을 소중히 여겨줄 것인가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 우리 회사 정말 잘났고, 오고 싶어 하는 사람 많다는 이 회사는 나를 왜 부른 것인가? 나보다도 잘났는데 오고 싶다는 사람은 없었나? 

내가 경험한 훌륭한 회사는 같은 질문도 이렇게 물어봐 주었다. "고민이 많았을 텐데 우리 회사에 지원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3.  편안한 분위기

면접 인터뷰를 끝내주게 멋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주변이 화려하고 긴장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분들은 대게 면접을 정말 많이 본 사람들이다. 반면 난 많이 떨었다. 신입 때처럼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나 절박한 상황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긴장되는지 목소리에 티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일관적으로 떠는 것이 아니고, 어느 회사에서는 굉장히 편안하게 내 생각을 펼칠 수 있었다. 어떤 상황의 차이가 있었나 돌이켜보면 면접관의 수에 따른 분위기 차이인 것 같다. 1:1 면접 시에는 편안하게 깊은 얘기를 했었지만, 면접관이 2명 이상만 되어도 긴장의 수치가 올라갔다. 나를 평가하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니 면접 비전문가인 나는 자연스레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면접을 몇 번 보다 보니 면접관 수가 3명이 되어도 나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준비된 인재가 된 것일까? 글쎄, 면접 스킬은 늘었지만 업무 스킬과는 무관했다.  회사는 나의 발표 스킬을 사고 싶은가,  그동안 쌓아온 업무 내공과 앞으로 펼치고 싶은 전략을 사고 싶은가를 판단하여 면접관 수를 조절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구직자가 채용이 되면 직원이지만, 떨어지면 대게 회사의 고객이 된다. 개인 손님 한 명 잃는다고 해서 회사들에 무슨 타격이 있겠냐만은 그 손님들이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이 가게 돼있다. 떨어뜨릴 지원자일수록 면접 비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기념품이라도 챙겨주라고 권해주고 싶다. 비록 채용은 안되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 그 회사의 충성 고객이 될지 누가 아나? ROI 좋아하는 회사들에게 묻고 싶다. 지원자들 기분 상하게 해서 회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면접관들도 그 회사의 비싼 인력일 텐데 무엇을 위해 준비 안된 면접들을 진행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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