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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태선 Dec 20. 2020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상 7편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선행을 담아


 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모임에 참석 후, 내가 아이들 밥을 주러 가거나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면 인사를 여러 번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억지로 아는 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불편했지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때 즈음에는 불편함보다는 친근함이 더 커졌다. 때문에 그분들이 제안하는 길고양이 케어에 대한 여러 활동에 종종 참여하게 되었다. 

 먼저, 동네 길고양이 밥 주기는 제일 쉽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이 종종 발생할 수 있어 심정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내가 활동한 여자 친구의 동네는 큰 아파트 단지로, 크게 네 구역으로 나눠 길고양이 밥 주시는 분들이 활동하였다. 1단지 101동부터 105동까지를 1구역, 1구역 옆에 나란히 있는 106동부터 110동을 2구역, 가운데 길쭉한 공원을 건너에 있는 2단지 201동부터 206동까지 3구역, 나머지 207동부터 212동까지가 4구역으로 나뉘었다. 아이들이 있는 장소는 1구역으로,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길고양이 돌보시는 분들도 문제가 되지 않는 장소에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어 정말 이상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 2구역으로 넘어가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그곳도 분명 급식소가 운영되는 장소였지만 길고양이 밥그릇을 채워주자 부리나케 한 분이 뛰쳐나오시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자신은 일층에 사는 사람이고 고양이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 동네에 고양이가 퍼져 있어 아이들이 길고양이랑 놀기 좋아 자신의 아이가 그것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처음 겪는 상황에 얼떨떨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밥을 주시는 분들에게는 흔한 일인지 기계적으로 대꾸하기 시작하셨다.

 우리가 돌보는 고양이는 전부 중성화를 하여 발정기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과 정해진 때에만 밥을 주고 다 치워서 중성화가 안 된 길고양이가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 이곳에 생활하는 길고양이는 매년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전혀 위험할 것이 없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상대는 감정적으로 대처를 하며 똑같은 소리를 반복했고 결국 끝에 가서 나오는 얘기는 보상을 해주던가 아니면 급식소를 치우라고 말했다. 결국에 나오는 이야기가 보상이라니… 참으로 전형적인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결국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하며 그분도 나름대로 고통을 받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우리가 밥을 주는 길고양이 때문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우리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강렬한 신경전으로 기진맥진했지만 다른 곳에도 돌아봐야 했었기에 이동을 했고 그곳에서는 더 심한 말과 욕설을 들었다. 결국 다 끝나고 같이 돌던 분께서 오늘은 운이 없게 저 사람들을 다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쨌든 운이 있던 없던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야 하는 선행에 회의감이 들었지만 모든 일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다음으로 한 일은 현재 돌보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새로 유입된 길고양이들을 파악하여 중성화가 되어있는지를 확인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번 일은 앞에서 했던 길고양이 밥 주기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이전과 같이 사람에게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잘못된 생각이었다. 먼저, 길고양이는 의심이 많고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때문에 사람 손을 많이 탄 길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고양이였다. 사람을 많이 경계하는 고양이는 케이지를 이용하여 잡고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되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애초에 잘 잡히지도 않고 잡히더라도 진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정신적으로 피로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건 새로 유입된 고양이가 문제였다. 경계는 물론이고 범백이나 구내염과 같이 멀쩡한 고양이에게 전염이 되는 경우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병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위험성 때문에 그냥 최대한 쫓아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 이 고양이가 다른 동네에서 넘어온 고양이라면 포획해서 데려다주었기 때문에 함부로 쫓아낼 수 없었다. 우리가 선행을 베풀어야 우리가 돌보는 고양이가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대한 고양이가 경계하지 않는 깊은 수풀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넣은 케이지를 설치하고 지켜보다가 고양이가 들어가면 닫아 포획하는 일을 겨울밤에 하고 있자니 추위와 배고픔에 정신이 없었다.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사명감을 가져야지만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고양이에 대한 세미나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길고양이를 돕고 있는 다른 사람들, 단체들과 자주 만나게 되고 그분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 선행이라는 것이 나와는 먼 정말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들 안에 있게 되다니, 정말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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