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히스 씨와 수상스키장을 다녔다. 주에 2번 정도는 꼭 다녀왔다. 왜냐하면 나의 버킷리스트를 위해서였다.
한 번은 수상스키 대회에 나가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원래는 한강에서 다녔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결국 히스 씨를 이끌고 매주 양평까지 다녀왔다.
참고로 히스 씨는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름의 뜨거운 날씨를 밖에서 그대로 견디며 나를 기다려야 했다.
힘들어보이는 그에게 내가 운전을 배워서 다니던지 그냥 한강으로 혼자 다니던지 하겠다고 했지만 히스 씨는 기어코 한 여름의 더위를 이겨가며 나를 위해 스키장에 가주었다.
나름 스키장에서 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즐거웠는지 내년에도 가끔 가자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가끔 위스키를 그 곳에 들고 갔었다. 물론 스키를 타는 동안에는 마시지 않는다.
스키를 타고서 둘이 함께 마시고 하룻밤을 그곳에서 자고 올까 싶기도 했지만 집을 너무나 사랑하는 우린 아무리 피곤해도 당일 집에 돌아와야 했기에 언제나 알코올의 주인은 나뿐이었고, 히스 씨는 논알코올 맥주로 만족해야 했지만, 함께 즐겨주는 그였다.
그나저나 뭐든 그렇지 않겠냐만 수상스키도 끝이 없다. 배우면 배울수록 다음 레벨이 닥쳐온다. 이걸 탈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질색팔색을 하면서도 기어코 물가로 가게 만드는 것이 수상스키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어찌되었든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쳐다도보지 말아야지 하는 것 중 하나가 수상스키다. 물론, 매일같이 열정을 다해 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끄럽다만 어쩌겠나.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걸.
결국 내년에도 강을 찾아가겠지.
그래도 올해는 히스 씨 덕분에 여유롭고 마음 편히 즐거운 빠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위스키가 있다.
수상스키를 타다가 넘어져서 물에 그대로 부딪힌 것을 흔히 '쩍 했다'라고 하는데 아마 말 그대로 쩍! 하고 넘어져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쩍을 했다. 아마도 순간의 욕심이 부른 화가 아닐까 싶다.
물에 빠지고 나니 내가 넘어졌구나 싶었던 나는 괜찮다며 두 팔을 들어 올려 동그라미를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잘'넘어진 탓에 다친 곳은 없었다. 물론, 다음날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한 번 더 탈 수 있을 거 같다.
배를 타고 돌아오니 멀리서 나의 쩍을 목격한 사람들이 괜찮냐며 한 마디씩 건네주는 것이 고맙다.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 나의 쩍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무용담을 늘어놓으니 다들 하나씩 영광의 쩍을 풀어놓았다.
나는 한바탕 수다를 떨고는 조금 쉬었다가 오늘의 마지막 한 컷을 무사히 타고 왔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이 타는 동안 나는 귀가할 준비를 했다.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면서 가방에 챙겨둔 위스키가 생각났다. 무슨 변덕이었는지 오늘은 바카라 잔까지 챙겨 왔지 뭔가.
아껴가며 한 잔씩 마시던 위스키로
라 메종 드 아티스트. SMWS 40주년 기념보틀이다.
숙성연수는 10년, 알코올도수 60.1%.
와인캐스크를 이용한 달모어 증류소의 위스키로
개인적으로는 와인캐스크의 장점을 훌륭하게 표현한 느낌으로 프루티하고 몰티함이 잘 어우러지면서 깊다.
저녁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때에 나는 빠지 한쪽 테이블에 자릴 잡고는 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마침 사람들이 거의 다 빠지고 낯익은 얼굴들만이 남아있어 가능했는 지도 모르겠다.
구석에서 혼자 청승을 떨고 있는 나에게 한 사람씩 와서 관심을 보이니 같이 한 모금만 하라며 권했다.
어느새 올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쩍을 축하해 주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물에 자빠졌다고 위스키를 마시며 축하하다니.
최고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