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record Nov 19. 2023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Cheers!

잠에 들면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알람이 울리기가 무섭게 일어나는 날이 가끔 있다.

무언가에 마음이 서그럭 거리는 듯 살랑살랑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된 듯한 날이 있다.

아, 이 나이에 아직도 술 약속 따위에 들뜨면 어쩐단 말인가.


모자란 잠에도 부지런히 일어나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차림으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나는 감아놓은 태엽으로 움직이는 인형이라며 자기 최면이 성공하나 싶을 때쯤 감사하게도 가 먼저 툭하고 넘어가버렸다. 


다시 태엽을 감러 가야지.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이 상태로 우리들의 소풍에 임할 수는 없다.


나 홀로 경보를 하고는 집에 들러 5분 꽃단장을 끝냈다.


이럴 때 보면 난 정말 대단해. 이럴 때만 말이다.


어젯밤 고민 끝에 고른 콜키지로 가져갈 위스키도 잊지 않았다. 위스키 경험이 적은 혀니 씨를 위해 히스 씨와 함께 며칠을 고민해서 신중하게 고른 것이다.

익숙지 않는 주종이라 해도 좋은 술이라 할 만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술로 최적의 선택을 해냈다 믿어 의심치 않은 우리였다.


그녀를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시킬 생각에 뿌듯함의 미소를 감출 수 없어 괜히 민망하기까지 했다.


종종걸음으로 식당 앞에 들어서니 혀니 씨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주에도 함께 술자리를 했음에도 왜인지 오랜만에 보는 기분나는 두 손을 마주 잡 흔들었다.


얼마 전 혀니 씨가 회를 먹고 싶다는 말에 곧바로 초대한 회심의 맛집. 나름 까탈스러운 우리의 맛집 리스트 중 일식으로는 단연 이곳이 첫 번째가 아닐까.


그나저나 초대한 우리가 늦어버리다니.

미안한 마음에 인사를 하며 서둘러 식당으로 안내했다.


예약을 하면서 위스키 세팅을 부탁했는데, 온더락잔과 샷잔을 준비해 주셨다.

캐런 잔을 따로 챙겨 올 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샷잔이 나올 줄이야. 차라리 사케 잔을 부탁할 걸 그랬나.

46도의 싱글몰트를 준비해 온 우리는 서로의 당황스러움을 읽었지만 설마 하는 눈빛으로 잔을 돌렸다.


애피타이저로 얇은 숭어회가 놓였고, 히스 씨가 기다렸다는 듯 위스키 뚜껑을 열었다.


방 안 가득 달달한 위스키 향이 퍼지자 혀니 씨가 향이 좋다며 분위기를 거들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소심한 생색을 내며 화려한 향을 자랑하는 위스키를 샷 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이에 질세라 그녀는 향에 취하는 거 같다며 기분 좋게 잔을 부딪혔다.

그리고는 맛을 보고 잔을 내려놓으려는데 그대로 목을 꺾는 것이 아니겠는가.

히스 와 나는 덩달아 내려놓으려던 잔을 그대로 입에 털어 넣고 말았다.


크으…


46도의 도수가 목구멍을 뜨끈하게 데우며 단번에 얼굴까지 열이 올랐다.

정수리에서 위스키 향이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던 중 화려하게 장식된 회 접시가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직원분 방 안 가득한 위스키 향을 칭찬하는 것이 아가.

가만있을 수 없 한 잔 권해드리고는 우리도 함께 두 번째 잔을 시원스럽게 꺾었다.


오늘 우리 목구멍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향이 좋긴 좋구나.

신난다.

한 잔 더 할까.


또다시 잔을 채웠다.


짠!


이번에야 말로 입 안에 술을 굴리며 위스키 노트를 느껴보려 애썼다.

술은 어느새 스르륵 넘어가버렸다.

혀니 씨는 새싹삼을 날라주신 직원 분께 술 병을 탈탈 털어 드리며 짠을 외쳤다. 나도 그도 짠 !


그렇게 46도 싱글몰트 700ml가 한 자리에서 바닥을 보였다.


우리가 서로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알아차린 건 식당을 나와서였다.


다음 달엔 술이 아닌 음식 맛을 보러 갈 요량이다.

그날은 가볍게 맥주나 한 잔 마셔야겠다.

꼭 술이 아니어도 괜찮겠지.


그럼 2차는 어디로 갈지 찾아봐야겠다.


1832년 Stewart, Galbaraith and Co에 의해 캠벨타운에 설립되었으며,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Crosshill Loch와 암석 아래 20미터 이상 뚫린 2개의 보어 홀로부터 냉각수를 끌어올린다고 한다.

2000년, Loch Lomond증류소로 인계되기까지 복잡하고도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나 비로소 제대로 운영이 이루어진 글렌스코시아.


​현재는 여러 오피셜 릴리스와 소수의 독립 병입을 선보이며 명실상부 고급 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글렌 스코시아 또는 글렌 스코티아 18은 처음 미국의 참나무 통에서 숙성되며, 올로로소 쉐리통에서 마무리되었으며, 캠벨타운 글렌스코시아 증류소에서 탄생한 맛있는 싱글몰트라고 소개된다.


과일의 단맛과 고전적인 Campbeltown 염분의 균형을 느껴질 수 있으며, 글렌 스코시아 특유의 스파이시와 소금향은 그대로 올롤로소 쉐리 캐스크의 화려한 향에 더해졌으며, 프루티 한 향과 소금향의 밸런스가 매우 좋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