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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줄리 Jan 17. 2016

개취대로 밀크티 마시기_#1

#1 밀크티 우아하게 마시기

차(Tea)를 처음 접할 때 가장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밀크티(Milk Tea)다.

커피를 처음 접할 때 프림을 넣은 커피믹스로 시작하는 것처럼 달콤·고소해서 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맛난 밀크티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개취별, 상황별로 밀크티 마시는 법에 대해 써볼까 한다.


시작부터 잠깐 옆 길로 새자면, 한국인에게 일찌감치 차(Tea)에 대한 로망과 친숙함(?)을 선물한 캔음료 브랜드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실론티'와 '데자와'. 나도 캔커피가 조금 부담스러울 때 선택하곤 했던 음료였다.


'홍차의 꿈'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커티샥(Cutty Sark)의 웅장하고 낭만적인 모습을 담았던 광고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실론티. (공감한다면 당신과 나는 같은 세대, 우후훗!)

오래전 대영제국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소 영국스러운 로망을 표현한 이 광고에 어떻게 한국 소비자들이 공감했을까... 어쨌든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되는 음료인 것을 보면... 나름 성공을 거둔 음료다.


두 번째가 오늘의 주제와 관련된 '데자와'.

데자와는 TEA와 JAVA(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합성어인 TEJAVA의 네덜란드 발음이라고 한다. 아마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했었기 때문일 터. '자바섬의 차(Tea)'라는  뜻인데 이상하게 데자와 캔에는 '로열 밀크티'라고 크게 적혀있다. 로열 밀크티는 영국 왕실 스타일이 아닌가...

그에 대해 조심스레 추측해보자면 '데자와' 혹은 '로열 밀크티' 모두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에 인도네시아(네덜란드)나 영국의  영향이라기보다 그에 대한 로망을 품은  일본 음료 문화의 영향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더 먼저 유럽의 차(Tea) 문화를 들여와 발전시켜  우리나라의 차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오늘 쓸 '로열 밀크티' 역시 영국의 왕실에서 차를 마시는 법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사실상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문화이다.


자, 옆 길에서 설명충 고치가 되기 전에 이제 바로 밀크티로 직진. ^^;

오늘 사용할 차(Tea) : 아쌈 CTC (Assam CTC)

밀크티엔 아쌈CTC지!!
아쌈(Assam)은 인도의 북동부 아쌈 지역의 아쌈종 차 나무로 만든 홍차를 말한다. 중국/일본의 차 수종보다 훨씬 큰 나무와 잎을 가진 대엽종의 차다. 잎이 큰 만큼 차(Tea)가 가진 맛과 향이 강하고 풍부하다. 즉, 단 맛도  떫은맛도 모두 풍부하며 아쌈 지역의 *떼루아로부터 형성된 강한 몰트 향이 특징이다.
인도 다즐링 지역의 다질링(Darjeeling)은 보통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반면 아쌈은 부드러운 우유와 함께 밀크티로 즐기는 것이 보편적이다.
밀크티 등을 만들 때 짧은 시간에 차가 더 잘 우러날 수 있도록 한 제다 방식이 CTC다.
CTC란 찻잎 분쇄하기(Crushing) - 찢기(Tearing) - 비틀기(Curling)의 약자다. 말 그대로 찻잎을 잘게 분쇄한 후 다시 작은 볼 형태로 굴려 뭉치는 방식이다. 아쌈 지역의 대부분의 차는 CTC로 제조된다.

오늘 나는 [프리미어스]사의 아쌈 CTC를 사용해 보겠다.
동글동글한게 인스턴트 커피같기도하지만 절대 인스턴트 아님


#1 밀크티 우아하게 마시기 : 로열 밀크티 (Royal Milk Tea)


나른한 일요일 오후. 예상에 없던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에 나의 약속 없음이 사무치는 날.

조금은 정성스레 끓여낸 로열 밀크티 한 잔으로 OOH-AHH한 집순이 · 집돌이로 거듭날 수 있다.

우유를 눌어붙지 않게 잘 데울 수 있는 밀크팬이 있다면 주저 없이 츄라이.

밀크팬이 없다면 패기 있게 츄라이!


① 밀크팬에 우유와 물을 준비한다.

- 우유:물의 비율은 개취이나 나는 약 2:1로 만든다. 우유는 일반 우유(저지방이나 무지방이 아닌)가 좋으며 냉장상태보다 상온의 우유를 권장한다.


② 약불에서 데운다.

- 본인이 약불이라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약'불에서 데워주길. 오래 기다릴수록 더 고소한 밀크티를  맛볼 것이다.

- 언제까지? 가장자리에 보글보글 작은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여 점점 안쪽으로 기포가 퍼지는  듯할 때 불을 꺼준다.


③ 차(Tea)를 투척한다.

- 차는 충분히 넣어준다. (굳이 그 양을 물으신다면 6그람 이상이라고 전해라~)

- 충분히 우려낸다. (굳이 그 시간을 물으신다면 4분 이상이라고 전해라~)


④ 마지막에 달달이를 추가한다

- 설탕/꿀/시럽 등을 기호에 따라 첨가한다. 나도 달달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밀크티에는 역시 '달달이 유첨가'가 맛나다. 차가 충분히 우러난 후에 달달이를 첨가하도록 하자.


⑤ 완성

- 스트레이너로 걸러 예쁜 찻잔 (혹은 양이 많다면 티팟)에  담아낸다.


쉬운가? 어려운가?


ml 나 g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미워하지 마시길. 나는 레시피에 박아놓는 적정량에 대해서 회의적인 사람이다. 어차피 정답은 없이 그냥 즐기자는 거니 맥락만 함께 공유하면 어떨까...크흣.


사실 ②번이 핵심이다.

얼마나 약한 불에서 진득하니 기다리는가.... 생각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다.

그러나 온도를 높여 빨리 끓여낸 밀크티보다는 그 값을 톡톡히 할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맛과 향의 바리에이션(Variation)은 ③번에서 가능하다.

인도식 향신료 - 큐민/카다멈/정향/시나몬 등을 같이 넣으면 인도식 마살라 짜이를 끓이는 셈이 된다.


④번에서 시럽 대신 위스키를 넣어보라! 술을 사랑하신다면^^. 예전의 포스팅에서 참고할 수 있다.

( https://brunch.co.kr/@mangmang/9 )


⑤번에서 완성 전에 토핑이 가능하다. 우유 거품, 생크림, 마스카포네 치즈크림 등을 올리면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개취대로 밀크티 마시기'는 다음 편에도  계속됩니다.


- 옆집에 줄리.


*커티샥 (Cutty Sark)

영국이 해상을 지배했던 시절 가장 빠른 범선 중 하나로 1870년대 영국인의 최대 사치품인 차(Tea)를  중국으로부터 운반하는 무역선.  

*떼루아 (Terroir)

원래는 와인의 지리적인 특성을 설명할 때 쓰이는 용어로써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적인 요소, 기후적인 요소, 포도재배법 등을 포괄하는 특성을 말한다. 차(Tea)의 특성을 설명할 때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토양, 강수량, 태양, 바람, 경사, 관개, 배수 등이 포함되어 차(Tea)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개취

 개인의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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