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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줄리 Jan 24. 2016

개취대로 밀크티 마시기_#2

#2 밀크티 시크하게 마시기

개취대로 밀크티 마시기, 두 번째 글입니다.

: 첫 번째 글 #우아하게 먼저 보기(링크)


#2 밀크티 시크하게 마시기 : 영국식 밀크티


일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영국 왕실의 차라고 알려진 '로열 밀크티'는 일본에서 유행한 차(Tea) 문화다.

영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밀크티를 매우 즐기는데 실제로 밀크팬에 정성 들여 끓여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냥 시크하게, 하물며 티팟도 아니고 본인의 찻잔에, 더욱이 데운 우유도 아닌 그냥 찬 우유를 넣어 먹는다니... 쏘~쿨!


그래서 영국식 밀크티는 굳이 밀크팬(Milk Pan), 티팟(Tea Pot)이나 잎차(Leaf / Loose Tea)가 없더라도, 흔한 티백(Tea bag)과 찻잔만 있다면 이든 사무실이든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무심히 시크하고 일상적인 영국의 밀크티 문화에도 나름 그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논쟁이 있는데 바로 '우유 먼저 - MIF (Milk In  First)'와 '우유 나중 - MIA (Milk In After)'이다.

이는 흡사 우리가 탕수육을 두고 '부먹파'인지 '찍먹파'인지에 대해 옥신각신하는 것과 같이 유치하지만 매우 신중한 선택의 기로다.


'MIF파'는 찻잔에 우유를 먼저 붓고 홍차 우린 물을 넣어야 우유의 부드러운 향이 홍차와 잘 섞인다고 주장해왔다. 만일 홍차에 우유를 붓게 되면 뜨거운 홍차에 우유 단백질이 변성되어 신선한 풍미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MIA파'는 홍차를 먼저 부은 후 우유를 원하는 양만큼 조절하며 넣어야 자신에게 맞는 밀크티를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흠... 내가 탕수육 부먹파인 것은 확실하지만, 밀크티는... 잘 모르겠다. ㅜㅜ


내가 그 맛의 감별이 가능할까? 궁금한 마음에 해 본다.

오늘의 차 : 영국 트와이닝 Assam Tea Bag
Milk In First

적당량의 유유를 넣고 뜨거운 온도 (100도)에서 충분히 우린 후 6분간 적당히 식힌 홍차를 부었다.


Milk In After

잘 우려낸 홍차를 적당히 식힌 후 우유를 부었다.


MIF - MIA 맛의 차이는?


역시... 비슷했다....^_^;;;

로열 밀크티 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연한 느낌이지만 MIF와 MIA의 차이까지 느끼지는 못했다.

같은 차(Tea), 같은 온도, 같은 시간인데... 이를 판별해내는 영쿡사람 대다나다. 티소믈리에 대굴욕


단, 나는 MIA파가 되기로 결심했다.

홍차에 우유가 퍼지며 섞이는 모습이 훨씬 이쁘다는 매우 중요한 이유로... 쫍쫍...


시크하긴 했지만 미각에는 굴욕적이었던 밀크티 타임을 뒤로 하고 대신에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파헤쳐본다.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이동하니 괜히 클릭하지 마시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의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영국의 공.식.적.인. 밀크티는 MIF(우유 먼저)라고 한다.

영국표준협회 - British Standards Institution (BSI)는 1901년부터 지속적으로 MIF를 권해왔다는 것인데 그 내용을 옮겨보자면,


물 100 g당 2 g 의 차를 넣어야 하며 물의 온도는 섭씨 85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는 100도로 우린 후 식혀야 한다는 것이지 홍차를 85도로 우려내면  안 됩니다 - 옆집 줄리)

한 컵당 5㎖가량의 우유를 부어야 하며 (57~63㎜ 높이의 큰 컵 기준) 더 작은 49㎜ 높이의 컵의 경우 그 반 정도 (2.5g) 우유를 넣으면 된다.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는  6분가량 우려내야 한다.


BS 6008이라는 영국의 공신력 있는 표준에 담긴 내용인데... '영국 밀크티의 표준이라는 것'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하게 느껴지지만 정말 기사 제목처럼 (the perfect cup of tea) 이것만이 완벽 한 차(Tea)를 위한 방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차피 개취인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 기사에 80개가 넘는 댓글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허핑턴처럼 기사보다 댓글이 재미있다.


게다가 기사 말미에 진행한 즉석 투표에서는 오히려 기사의 내용과 정반대의 내용으로 MIA파가 우세하다

2016년 1월 12일 캡쳐 기준


댓글 중에 그러쵸(?)님의 함축적인 수식이 내 호기심을 다시 자극했다.

팟+컵이 있을 때는 MIF, 머그잔에 티백일 때는 MIA. 왠지 그럴듯하다. 해볼까? 귀찮아서 일단 참는다.


또한 댓글을 읽는 도중 의외로 많은 영국인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인의 밀크티 사랑'에 대한 로망을 부숴주었다... 우유를 넣지 않고 마시는 차가 제일 좋단다! ^^;

물론 차(Tea)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맞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너네 밀크티의 나라 영국 이잖아... 영쿡이쟈냐....  

어쩌면 영국인의 밀크티 사랑이 이제는 고릿적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몇 달씩 걸려 차를 가져오던 시절의...


영국인처럼 밀크티 #시크하게 마셔보려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 오늘이다. 풉.


- 옆집의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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