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학원, 약 80만 원
내게는 운전과 관련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20대가 다가기 전에 오너 드라이버가 되는 것. 그럼 내 친구들은 이렇게 묻는다.
너 운전면허 없지 않아?
그렇다... 나는 무면허자다. 사실 20대에 오너 드라이버가 되겠다는 꿈도 막연한 꿈이었을 뿐, 운전면허를 따려면 얼마가 들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드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올해로 확실한 20대 후반을 맞이해, 이젠 정말 꿈을 향한 노력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운전 전문 학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확하진 않지만 약 7년 전, 수능 끝나고 친구들이 막 운전면허를 따던 시절에, 분명히 학원비는 30만원에서 40만원 사이라고 했었는데. 70만원대는 기본이고 비싸게 딴 누군가는 90만원을 주고 땄다고 한다. 여기에 장내 기능 시험, 도로 주행 시험을 떨어지면 시험 1회당 추가비용 44,000원까지. 약 백만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했다. 오 마이 갓. 수능 끝나고 엄마가 따라고 잔소리 할 때 좀 따놓을걸.
후회에 가득찬 발걸음으로 운전면허 학원으로 향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 776,300원을 내고 2종 보통으로 등록했다. 휴대폰에 날아온 결제 문자를 보며 다시금 ‘수능 끝나고 부모님 돈으로 좀 딸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7년이나 지나버린 것을... 그렇게 나의 운전면허 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첫 시험인 필기 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하고, 두 번째 시험인 장내 기능도 (비록 T자 코스에서 20점을 다 깎아 먹긴 했으나) 겨우 겨우 통과했다. 이대로 도로 주행 시험만 무사히 통과하면 나도 이제 운전면허 소지자! 왠지 처음에 붙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을 가지고 도로 주행 시험을 치뤘다. 결과는 점수 미달로 탈락이었다. 44,000원 어치의 쓰라림을 느끼고 힘없이 데스크로 걸어가 다음 시험을 접수했다. 방향지시등 좀 잘 켤걸... 실선에서 차선 변경 좀 하지 말걸... 법 지키고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원고를 쓰는 지금은 두 번째 도로 주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흘 뒤다. 이번엔 합격할 수 있을까? 법만 좀 신경 써서 잘 지킨다면 딸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모든 시험이 그렇듯이 결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때 쯤이면 당당하게 운전면허 소지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재시험비까지 합하여 약 80만원, 헉 소리 나는 금액이었지만 내 꿈을 향한 첫 발걸음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래, 여자라면 이정도 배포는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