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애플은 개미 지옥이 맞다. 나도 이제는 에어팟이 사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이어폰이 있다. 있는 것을 굳이 사고 싶지는 않다. 이어폰이 고장 나면 사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언제 고장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에어팟을 사려고 하는데, 친구가 극구 말린다. 에어팟의 실체를 아냐며 나에게 갖가지 링크를 보내주었다. 아, 서울 하늘 아래에서 매일 미세먼지도 마시고 있는데, ‘뭐 별거야?’라는 생각과 ‘병을 더 추가하면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나를 위해 그렇게 말리니, 그럼 아이폰 전용 이어폰을 사야 하는데 아 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나의 이 기분은 무엇일까. 왜 애플은 아이폰 전용 이어폰을 만들었을까. 장사치들. 그렇게 소비를 미루고 있는데, 바꾸어 맨 가방에서 잃어버린 이어폰이 나타났다. ‘그래 콩나물아 너는 아직 내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체념했다.
그렇게 시간이 몇 개월 흘러, 한 쪽 이어폰이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는 사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다음 월급날 사야지 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코스트코에서 에어팟이 시중보다 3만원 정도 저렴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코스트코에 많이 가지는 않은데, 코스트코 카드가 있다. 그리고 코스트코 전용카드인 현대카드가 있다. 그런데 구매를 마음먹은 시기에 현대카드로 20만원 이상 구입하면 10%청구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그렇게 나는 유선 충천 에어팟 2세대를 사러 코스트코로 출동했다. 199000원 짜리를 169000원에 구입할 순간을 기대하며 말이다! 다른 거라 곁들여 사면 분명히 2만원 할인 받으면 나는 에어팟을 한국에서 149000원에 사는 거니까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코스트코에 기대를 안고 갔는데 유선 충천 에어팟 2세대 상품이 없다는 사실! 직원 분께 물어보니 그 상품은 인기가 너무 많고 내일 재입고 될 예정인데 입고되면 5분 만에 사라지는 상품이라고 한다. 역시, 이런 정보는 나만 알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렇게 나는 내일 다시 올 자신도 없고, 5분 만에 유선 충천 에어팟 2세대를 쟁취할 의지도 없었기에 그냥 214000원 짜리 무선 충천 에어팟 2세대를 구입하기 결정했다. 이건 고민 없이 단숨에 결정했다. 속이 시원하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시중에 244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득을 본 셈이다. 그리고 집에 필요할 거랑 먹고 싶은 걸 추가로 사니 약 28만원이 나왔다. 여기서 28000원이 청구할인 될 예정이기 때문에 무선 충천 에어팟 2세대를 186000원에 산 것이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나름 합리적이고 똑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맞이한 결과인 것 같아 매우매우 흡족하다. 소비가 원래 이런 것이지 않나? 1000원짜리를 900원에 사도 행복한 것처럼 나도 고민 끝에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산 에어팟을 이렇게 행복을 만끽하면 얻어냈다. 할렐루야!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에어팟 케이스에도 눈이 간다. 조금 더 예쁘고 특별한 것을 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는 또 여기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 고민은 금방 끝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 본다 .
p.s 내가 에어팟을 사지 못하게 한 친구는 회사에서 부서를 이동할 때, 갤러시용 블루투스 이어폰인 ‘버드’를 선물받아서 잘 사용 중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매우 배신이라며 친구를 질카했지만 선물받았으니 써야 하고 너도 편하니까 그냥 에어팟을 사라고 쿨하게 말했다는 그녀. 사랑한다. 친구야. 그 후 일주일 뒤에 나의 이어폰은 영화처럼 고장이 나버렸다.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절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