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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를 받기 합당한 묘사

우리나라를 알기 위한 교보재

by 와칸다 포에버

예전에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에 관한 시선은 아주 미흡했다. 예의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동아시아의 대표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이 붙어 있음에도 언어, 문화가 전혀 다를 정도인데 이들을 다 똑같이 여겼다. 마주해 인사를 해도 손을 합장하고, 묘사를 하면 태권도나 소림 무술을 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중국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일본 가부키 화장이 전통 문화인 것처럼 묘사됐다. 해외에 여행을 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북한을 떠올려 위험성에 관해 묻거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일가에 관해 묻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케이’라는 이름을 붙인 음악, 드라마 등이 유행하면서 문화적 요소 외에 우리나라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세계도 제대로 배우려 하고 있다. 어쩌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보재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


루미, 미라, 조이는 케이팝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이들은 공연이 없을 때면 또 다른 활동에 나선다. 바로 사람들을 습격해 영혼을 빼앗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헌터 활동이다.


영화의 이야기가 아주 특별하거나 참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한민국에 관한 예의와 성의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케이팝을 소재로 했기에 영화에 등장하는 곡 또한 케이팝처럼 잘 만들었다. 소재로만 다룰 수 있지만 모두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OST에도 노력을 가했다. 또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역사, 사회 문화 등에 대해 교과서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세부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묘사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무겁게 느끼지 않는다. 식당에서 예의라며 수저 밑에 휴지를 깐다. 목욕, 김밥을 비롯한 각종 분식 등의 모습도 정겹다. 실제로 있는 전철 역, 서울 각지의 장소 등 과장이나 부족한 정보에서 나온 잘못된 묘사가 없다.


역사물에서 항상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고증을 제대로 했는지 문제다. 정확한 사료와 지식으로 제대로 표현했는지, 고증이 안 되었다면 얼마나 최대한 가능성 있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성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사물이 아니더라도 남의 특정 문화를 토대로 만드는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금까지 한국이 아닌 곳에서 제작한 영화 중 한국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아니고서는 잘 모를 법한 전통문화를 잘 사용했기에 한국인은 만족스럽다. 외국인은 자신이 몰랐던 한국을 조금 더 배우고 의지만 있다면 더 공부하려 할 것이다. 이 영화가 전통문화 이야기만 계속 했다면 큰 흥미를 이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나 지식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팝이라는 인기 문화를 중심으로 다른 문화를 떡밥 던지듯 조금씩 제공하며 스스로 흥미를 느낄 기회를 제공했다. 올바른 대한민국의 전통, 역사, 문화를 배우면 다음에 등장할 콘텐츠는 더 정확하게 한국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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