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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기반 영화로 욕 덜 먹는 법

우리 딸이 달라졌어요

by 와칸다 포에버

소설이나 만화 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대중이 가장 먼저 집중하는 것은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가?’다. 주인공과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얼마나 비슷한지에 따라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호평과 비난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다음은 ‘원작을 얼마나 충실히 재연했는가?’다. 내용이 달라지거나 원작에 없던 인물이 등장하는 등 대중이 만족하지 못할 만큼 원작 재연을 하지 못하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창작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창의성이라는 것이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만 창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항상 질문한다. 특정 장르로 만들어진 원본 작품을 또 다른 세상에서 구축해 내는 것 자체도 창의성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미 창의적인 작품을 그대로 따라 해낸 모조품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잘 만들어진 원본 작품에 나의 기술과 상상력을 덧대어 새롭게 만들어 냈을 때 그것은 잘 만들었다고 평 받을 수 있는지. 재구성을 창조이고 창의적 활동으로 인정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움을 추가하는 것. 과하지 않게 그 두 가지를 충족하는 것은 요즘 시대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웹툰 원작이 있는 영화 <좀비딸>은 평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원작 재연에 충실하면서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창조해 낸 것도 거북하지 않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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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 전문 사육사 정환(조정석)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은봉리로 향한다. 딸을 포기할 수 없는 정환은 사육사의 오랜 경험을 살려 좀비가 된 딸을 인간처럼 만들기 위한 훈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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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기반 영화는 평가 기준이 원작 재연성이 추가 됐을 뿐이지 재연만 해낸다고 해서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편집, 촬영, 연기 등 여러 방면에서 부족함이 보이면 대중은 외면한다. 원작의 팬덤이 주 소비층이 될 수 있지만 팬덤만 소비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모든 대중을 대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원작을 모르더라도 영화에 몰입하고 즐겁게 본다면 원작과 관련된 아쉬움이 남을지는 몰라도 영화로써는 성공한 것이다. <좀비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이 떠오르게 하면서도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연기로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인물의 설정이 조금씩 바뀌고 원작의 이야기를 온전히 따라가지 않았다. 딸과의 유대를 붙잡는 매개로 음악과 춤을 선택한 것은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질감을 주지 않아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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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웹툰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아쉬운 생각은 들 것이다. 이 부분이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이 캐릭터가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이 장면은 이렇게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등 기대하는 것을 다 충족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일본 만화 원작 기반 영화가 캐릭터들의 머리 모양을 그대로 따라해 오글거린다는 말을 듣듯 만약 다 똑같이 했다면 또 아쉬운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화적 허용으로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영화에서 재연되었다면 모든 사람이 좋아했을까? 아마 유치하다거나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영화로 접근하기 위해 걷어낼 것은 걷어내고 증폭하려는 메시지와 감정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대한 원작 훼손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재연에만 매달리지 않은 점이 원작을 본 사람들이나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 모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좀비딸>의 강점인 것 같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이 영화를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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