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범죄영화의 정석

다른 요리라고 외치지만 어디선가 맛본 요리

by 와칸다 포에버

한 식당에 갔을 때 그곳밖에 먹을 곳이 없다고 대표 요리를 내세우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먹어 보면 언젠가 경험한 맛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재료가 같기 때문인지 요리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완전히 다른 맛의 음식을 맛보기는 어렵다. 이번에 본 영화 <야당>이 딱 그런 영화였다.


2.jpg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다. 강수와 관희의 마약 수사에서 호흡 덕분에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승승장구한다. 이에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강수와 관희의 관계를 파고든다.


3.jpg


“마약 관련 범죄 영화는 많았으나 야당에 대해 다룬 영화는 없었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이점에 대해 말할 때 자주 하던 말이다. 소재를 비틀어 접근한 것은 맞지만 다른 점은 그것 하나뿐 지금까지 나온 범죄 영화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범죄 영화를 만드는 공식에 정석이 있다면 그것들을 하나씩 모아 만든 느낌이라 일 더 하기 일이 이가 아닌 일이 된 느낌이다.


잘 나가던 이가 한통속이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원한 있는 이들이 모여 복수를 꿈꾼다. 어떤 이는 곧 죽을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다 정말 죽어버린다. 남은 이들은 극한의 위기까지 몰리지만, 상황을 뒤집는 반전에 결국 승리하는 행복한 결말.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든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든 점쟁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진행될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 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석에 정석을 모아 만들었기에 영화가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재미가 있다. 하지만 기시감만 느껴질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영화 보면 꼭 나오는 장면들을 모아놓은 공감 유도 영상이 떠오른다.


4.jpg


편집도 아쉬웠는데 강수의 조력자로 나왔던 창락(임성균)의 이야기가 많이 잘린 것처럼 보였다. 영화의 주된 내용이 아니었을 테고 잘라내도 영화의 진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그럴 수 있지만 강수와 어떤 관계인지 다른 주요 인물인 수진(채원빈)과는 어떤 관계인지 나오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려 찝찝한 채로 영화를 계속 보게 된다. 그래도 영화에서 눈에 띄었던 것이 있었으니 배우 류경수였다. 한 대선 후보의 아들이자 범죄의 중심인 역할로 나와 주연 배우 3인방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5.jpg


<야당>은 맛있는 요리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을 노력이 필요한지는 의문인 요리 같은 영화였다. 하지만 가장 무난하게 먹을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었기에 실패하지는 않을 요리였다. 가볍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