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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요

끊임없는 줄다리기 같은 노사 협의

노동요 – 철도 인생

by 와칸다 포에버

분기마다 바빠지는 때가 있다. 바로 노사 협의를 할 때다. 협의 중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금방 처리되지만, 민감한 문제는 고성이 오가고 정회를 거듭할 정도로 해결이 쉽지 않다.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장시간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니 마치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질 정도로 힘이 드는 게 노사 협의다.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회사의 노사 협의 분위기가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협의라는 것이 말 그대로 서로 협력하여 의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겪는 우리 회사 노사 협의는 약간 청문회처럼 느껴진다. 대개 절차는 이러하다. 노조 측에서 안건을 협의 전에 제시하고, 협의 당일 노사가 한 곳에 모여 회사 측은 노조 측에서 제시한 안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진행 상태에 있으며, 어떤 이유로 할 수 없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뒤 노사 협의에서 이전보다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이야기하는데 왜 해내지 못했는지 노조 측에서 따진다. 그럼 회사 측은 해명한다.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회사 측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노조 측에서는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서로 의견을 나눠야지.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이다.


본부에 들어가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노조 측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생활이 나아지기를 바라지 나빠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 제도와 시설의 개선 등을 요구하면 당연히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의심한다. 회사 측은 여러 이유로 다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문제 몇 개가 해결되면 ‘웬일이냐?’ 생각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본부에 들어가 회사 측을 대변하는 처지가 되면서 시야가 달라졌다. 노조 측 시야가 사라진 게 아니라 왜 노조 측에서 제기하는 것 중 몇 가지는 해결할 수 없는지 알게 됐다. 주어진 예산과 회사 내 규정과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물건을 사더라도 모든 것을 살 수 없고 요구보다 저렴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규정 안에서 문제를 고쳐야지 규정을 초월하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 본부도 일개 회사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쳐나가려면 전사가 나서야 한다.


협의 중 노조 측에서 이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해결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여러 조건과 제약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할 수 없다는 답이 나온다. 노조 측에서는 답답하다. 여러 핑계로 이리저리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노사 협의가 평화로울 수 없고 지지부진한 이유다.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대변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것은 케케묵은 고질적인 우리 회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식이나 계산에서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노사 간 풀리지 않은 신뢰의 문제이다.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지도만 바라보다 세계 지도를 처음 만나 세계의 존재를 깨닫고 시야가 넓어지듯 노사의 입장을 다 겪어보니 시야가 넓어졌다는 데에는 노사 협의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래도 지금 같은 노사 협의는 너무 힘들다. 앞으로 계속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과연 모두가 웃으며 끝나는 노사 협의를 한 번이라도 경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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