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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Feb 12. 2016

14. 프랑스 리옹에서의 하루

무계획 여행일지

나의 여행계획은 점점 바닥을 보여가고 있었다.

리옹은 니스에서 파리까지 한 번에 가기엔 너무 오랜 이동시간을 소비해야했기 때문에 거쳐가는 경유지 정도의 느낌이어서 딱히 계획이랄 것도 없었다.

리옹에 도착해서 나는 무작정 인포센터가 있는 벨쿠르 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언덕 위에 있는 멋진 건물이 보여서 저기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계획의 끝ㅋㅋ)

벨쿠르 광장에서 보이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인포센터에서 지도를 받아서 그 멋진 건물이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이라는 걸 알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동안 이태리와 프랑스 남부에만 있었던 나는 리옹에 와서야 지금이 겨울임을 체감했다.

너무 추워서 모자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손(Saône)강 근처에 벼룩시장이 열려서 3유로에 저렴하게 털모자를 구입했다.

리옹의_흔한_벼룩시장.jpg
아빠와 시내를 산책하는 아기,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게 인상적이다


성당은 생각보다 꽤 높았다. 그런데도 조깅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조깅을하며 언덕을 오르내렸다.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을 향하는 계단
앞서 계단을 오르던 가족, 리옹은 가족이 살기 좋은 도시다

헥헥거리며 드디어 성당에 도착했을 때, 역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중 어딜가야할지 모르겠다면 도시의 전경이 보이는 높은 곳을 향하기를 추천한다. 그럼 무조건 본전은 보장한다.

특이한 건 집집마다 세워져 있어서 약간 징그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굴뚝이었다.

처음엔 '저게 뭐지' 하고 한참 봤더랬다.

성당에서 내려다 본 리옹 시내 전경
그동안은 보기 힘들었던 맑은 하늘!!

전망대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아침운동한 느낌에 몸이 개운해졌다.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스스로를 칭찬했다ㅎㅎ

그동안 이태리나 프랑스 남부에서는 흐리거나 비가 자주 왔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 리옹에 온 걸 환영해주는 듯 했다.

성당을 내려와 미식의 도시 리옹에서 유명하다는 프랑스 가정식 부숑을 맛보기로 했다.

먹자거리인 벨쿠르 광장 앞의 마로니에 거리로 향했다. 부숑은 사실 내가 굳이 리옹을 들르게 된 목적이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레스토랑, Aux Trois Cochons
오늘의 메인요리

가난한 여행자인 관계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다. 1인당 25유로쯤이었으니 이것도 아주 싼 편은 아니다. 돼지 캐릭터가 곳곳에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돼지고기가 이 레스토랑의 주메뉴인 것 같았는데, 돼지고기를 안좋아하는 관계로 소고기 요리를 시켰다. 에피타이저로 빵, 스프와 샐러드가 나왔고, 메인요리를 다 먹고 나서는 후식으로 커피를 한 잔 주었다. 빵순이인 나로서는 모든 식당에서 식전 빵을 주는 유럽은 천국같이 느껴졌다. 빵의 퀄리티도 매우 높다. 그러나, 난 치즈를 매우 좋아하는데다 이태리 음식을 먹으면서 한 번도 입맛에 안맞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부숑은 별로 입맛에 안맞았다. 돼지고기를 시킬걸 그랬나 후회했다. 지금 알고보니 식당이름도 "돼지 세마리"다. 나한텐 독특했던 샐러드도 별로였다.. 하지만 직원은 매우 유쾌했고, 친절했다.


점심식사 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리옹의 구시가지로 향했다.

손강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전경
가까이서 보면 그림인 경우도 있다!

손강을 따라 걷다가 다시 벨쿠르 광장에 도달했다.

평화로운 벨쿠르 광장, 눈에 띄는 관람차

부숑을 먹고 실망한 나는 간절한 한국 음식 생각에 숙소 근처에 있다는 아시안 마켓을 찾았다. 외국에서 아시안 마켓은 첫 방문에다 한국을 떠나온지도 20일 정도 되니 오랜만에 보는 한국음식이 너무 반가웠다.

김치다, 김치!!

라면을 비상식량으로 몇개 사서 숙소에 도착했더니, 룸메이트 브라질 출신 아드리아나를 만났다. 아드리아나는 전형적인 남미의 미인이었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하고 화려했다.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풍겼는데, 여행하는걸 즐기는지 자신이 갔던 여행지 이곳저곳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다 카우치 서핑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카우치 서핑은 젊은여자 혼자가 하기엔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아드리아나가 혼자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새벽에 도착했는데, 호스트 남성이 새벽에도 마중나와서 본인을 맞이해주었고 매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난 그래도 여전히 의심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독일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들과도 카우치서핑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기 친구가 카우치서핑 했었는데, 남자 호스트가 자기는 집 안에서는 항상 나체로 있는다고 해서 도망쳐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옹은 두 강(론강과 손강)과 역사(구시가지)가 어우러진 멋진 도시였다. 대단한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래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터라 실제 프랑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맑았던 것도 리옹을 좋은 인상으로 남기는데 한몫한 것 같다.

하루동안 머물면서 했던 생각은, 아이있는 가족이 살기 참 좋은 도시라는 것이었다. 프랑스 제2,3의 도시(마르세유와 다툰다)인데도 도시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제 파리로 출발!


리옹의 젖줄, 아름다운 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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