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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Feb 28. 2016

책과 치즈 그리고 나

치즈 그리고 나

#치즈


나는 서양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그건 내게 분위기나 트렌드가 문제가 아닌 '기질'적인 이유에서다.

어릴 때 친척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가족들과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즈음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나는 짜장을 매우 싫어했다. 그런데 면은 좋아했다. 여느 중국집이었다면 나는 불만에 가득찬 채 그냥 짜장면을 먹었겠지만,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새로운 시도란 짜장을 빼고 면만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요청을 받은 주방장 아저씨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지만 내가 고집을 부리자 별 수 없다며, 면에 짜장 대신 소금과 식용유를 뿌려주셨다.

그런데 커서 보니 그런 음식이 있었다. 바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였다.

그때까지 내가 먹은 파스타라고는 흔한 경양식집의 토마토 오븐 스파게티 밖엔 없었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우리집은 황금기를 맞았다.

아빠는 좋은 직장에서 높은 봉급을 받으며 일하셨고,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다.

그 때 주메뉴는 주로 피자였다.

나는 치즈를 알기 전까지 내가 피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 가공치즈를 알게 되고 대학 때부터는 자연치즈를 알게 되면서, 내가 '피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치즈'를 좋아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치즈는 서양음식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다. 서양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나는 자칭타칭 치즈'덕후'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꿈을 꾸었다.

톰과 제리에 나오는 구멍이 송송 나 있는 덩어리 에멘탈 치즈를 실제로 보는 꿈을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왔다.

치즈의 본고장, 유럽에 가게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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