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 하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준다.
바로 그 간극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함정이다.
드라마에서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서 가족, 돈, 지위 같은 것을 모두 포기한다.
조건 같은 건 거추장스러운 끄나풀에 지나지 않는다는듯 밟아버리곤 가시로 가득찬 덤불숲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엔 너무 똑똑하고 영악하다.
역사적으로 사랑과 결혼이 낭만적인 관계의 시작이자 결과물이 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 특히 결혼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왔고, 지금도 상위층은 결혼을 부의 유지수단으로 이용한다.
드라마는 사랑만을 좇은 자들의 삶 전체를 조망하기엔 너무 짧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비온 뒤 길가의 구정물 같은 지저분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애쓸 뿐이다.
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늘도 어느 누구는 사랑 아닌 다른 무언가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별을 말하고, 하루하루 구질구질한 일상은 이리도 여전하다.
드라마의 인기는 결국엔 우리내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보여주는 가치척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