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쩌면 외로움의 흔적들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나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내가 아니었다. 난 그런 조짐을 느끼고나면 그와 나 사이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는 더욱 멀어지고, 나중엔 운명같았던 인연마저 옅어졌다. 그런 일은 몇 번 반복되었다.
우정도 비슷했다. 어떤 부분은 지극히 나인 것 같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우리 앞에 펼쳐져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만남 이후에는 알 수 없는 피곤이 몰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곤 했다.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자 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연인이나 친구, 가족은 그 감정을 잠시 덮어줄 수 있는 존재인지는 몰라도, 그것을 완전히 혹은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은 내가 여럿이기를 바라는 숙명같은걸 타고난 것만 같다. 파고 들어가면 그 본질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일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그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유전자가 조작하는 방식에 따라 또다른 나를 찾고, 또다른 나를 기대하고, 결국엔 또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감정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 역시 유전자의 조작방식에 따른 일종의 착각에 불과할 뿐인건가. 하지만 그 어긋남으로부터 오는 상처들을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나는 상처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누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파고 들면 또 다른 나를 향한 갈망이자 기대이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