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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Apr 29. 2016

유럽 치즈와의 첫 대면

로마의 작은 마트에서

유럽여행의 첫 목적지는 로마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런던으로 들어와 로마로 아웃하는 경로를 밟지만, 반골기질에다 고집까지 센 문제 많은 성격을 가진 나는 굳이 로마에서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였다. 한겨울(12월~2월)에 여행을 해야 했으므로 가장 추울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이탈리아에 머물자는 것이 첫번째였고, 스위스의 푸른 언덕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였기에 조금이라도 날씨가 풀리는 2월말에 스위스에서 여정을 마무리하자는 것이 두번째였다.

그래서 내 여행루트는 희소하다 못해 특이하기까지 한 로마IN - 제네바OUT 으로 정해졌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은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쇼핑을 포기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을 포기할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편안한 잠자리를 포기할 것이다.

나 역시 가난한 배낭여행자 신분이었으므로 일부를 포기하거나 절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방문하는 목적이기도 한 명품쇼핑이었고, 두번째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이었다. 잠자리는 화려한 호텔에서 잔 건 아니었지만 여자 혼자 여행이라는 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 가격 이상의 안전이 보장되는 비앤비나 호스텔을 골랐다.


그런데 호화로운 레스토랑을 포기하자 뜻밖의 수확이 있었는데,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유럽의 마트에서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마에 발을 내린 다음날 아침에 들른 이탈리아의 유명마트체인 conad city에서 예상치못하게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첫 대면한 나는 환희를 금할 길이 없었다.

유럽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마트의 크고작음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마트 일부에 정육점이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치즈를 파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치즈도 있고, 큰 덩어리치즈는 손님이 원하는 양에 따라 치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점원이 무게를 달아 잘라서 주기도 한다. 보통은 직접 무게를 달아 잘라서 파는 치즈가 가격이 더 비싼데, 신선도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리고 치즈를 파는 공간 옆에는 항상 살라미나 햄 같은 육류를 파는 공간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치즈와 햄이 유럽사람들의 식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있는 것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산지인 유럽에서 직접 치즈를 구입하는데서 오는 메리트는 다양한 치즈 종류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격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치즈를 구입하려면 최소 5000원은 지불해야한다.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상하 까망베르치즈나 브리치즈가 그것이고, 수입치즈는 따로 할인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인 까망베르 치즈도 8~9000원이고, 다른 종류의 치즈는 그 이상의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3유로(우리나라 돈으로 약 3600원)로 다양한 종류의, 그것도 신선한 치즈를 선택할 수 있다. 신선함은 맛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싸고 맛있는 치즈를 먹을 수 있는 유럽은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치즈탐방이 더욱 기대되는 첫 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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