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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stlecake Apr 17. 2019

2천 원의 베트남

You and me and 5 bucks.

 에단 호크와 위노나 라이더가 풋풋했던 아주 오래된 영화 'Reallity Bites'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Troy : "You see, Lainie, this is all we need... couple of smokes, a cup of coffee... and a little bit of conversation. You and me and five bucks."


트로이 (남주=에단 호크) : "봐, 레이니 (여주=위노나 라이더), 이게 우리가 필요한 전부야... 담배 몇 개비, 커피 한 잔, 약간의 대화. 너랑 나, 그리고 단돈 5달러."



꽤 오랫동안 가난한 청춘인 내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던 대사였다. (물론 지금도)

이 영화가 나왔던 1994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물가가 무섭게 치솟은 2019년의 서울에 살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라면, 단돈 2천 원으로 배를 채울 수도, 약간의 낭만을 누릴 수도 있다.








하노이 올드 쿼터를 쏘다니다 출출해서 그냥 들어간 로컬 식당-

스프링롤 한 접시와 맥주 한 병을 시켰는데 다해서 2,000원이란다.






신선한 채소와 민트가 셀프 토핑인 길거리 쌀국수 한 그릇이 2,000원.

그마저도 시골 동네에 가면 한 그릇에 천 원인 곳이 많다. 오랜 시간 우려서 진한 육수에다가 소고기도 들어가고 야채도 양껏 팍팍 넣어 먹을 수 있는데 천 원이라니... 춥고 배고픈 배낭 여행자에게 딱이었다.






베트남 대표 서민 음식, Cơm Tấm (껌 땀 - 돼지갈비 덮밥)은 1,500원 ~ 2,000원.

길을 걷다 보면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멀리서도 진동을 하는데, 우리나라 포장마차 석쇠 구이 딱 그 냄새, 그 맛이다. 베트남에서 먹는 고향의 맛이라고나 할까.






하장에서 호앙 수피라는 산골 마을로 가는 길에 버스가 한 읍내에 멈췄다. 버스에 외국인 승객은 나 혼자 뿐이었고, 영문을 모른 채 과자 부스러기나 먹고 있던 나에게 기사님은 밥 먹는 제스처를 취했다. 때는 점심시간이었고, 버스 기사님과 안내원은 물론 모든 승객들이 읍내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눈치껏 빈자리에 앉아 사람들이 먹는 걸 가리켜 주문했다. 꼬불꼬불 산길을 가기 전 든든하게 먹었던 고기 볶음밥(국물과 피클까지), 2,000원.





오른쪽 감튀는 사실 먹다먹다 남은 양


이것저것 꾹꾹 눌러 담은 뷔페도, 혼자 먹어도 둘이 먹어도 다 못 먹는 감자튀김 한 사발도 각 2,000원이었지.







  진하고 달달한 베트남 커피 두 잔- one for you, one for me - 2,000원.

하지만 나 홀로 배낭족이었던 나는 매일 아침 세수도 안 하고 여기 내려와 천 원짜리 베트남 모닝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멍도 때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했지.






  그리고 번외로,  



베트남 오토바이 여행자의 필수템, 시장에서 산 마스크는 단 돈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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