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마이 네임’ 3회까지의 분량이 언론과 평단에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최근 ‘D.P.’와 ‘오징어 게임’으로 2연타 홈런을 날린 상황이라 바통을 이어갈 ‘마이 네임’은 흥행에 있어 부담을 안게 됐다.
‘D.P.’와 ‘오징어 게임’의 연타석 흥행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D.P.’는 내리갈굼이라는 폐해가 군대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현 사회에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폐해란 점에서, ‘오징어 게임’은 신자유주의에서 파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데스 게임이란 장르 안에 녹여내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이 네임’은 공개된 3회까지의 분량만 보면 ‘D.P.’와 ‘오징어 게임’처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윤지우가 트레이닝을 통해 폭력의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했다면, 윤지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남성 이상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나를 납득시켜야 했다. 하지만 ‘마이 네임’에선 이 과정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윤지우에게 격투가로서 킬링 포인트를 갖게 만들어 줄 ‘키맨’이 부재하단 점이다. 물리력에 있어 불리한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려면 완력과 타격기를 지도하고 가르쳐줄 스승이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박희순이 연기하는 최무진의 몇 마디 대사만으로 이 과정을 소홀하게 묘사한다.
‘마이 네임’과 정반대 지점에 자리한 작품으론 ‘배트맨 비긴즈’가 있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란 억만장자 격투가로 거듭난 것은 리암 니슨이 연기한 듀커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데 ‘마이 네임’엔 이런 과정이 소홀히 묘사된 채 격투 달인 한소희라는 ‘결과물’만 자리한다.
‘마이 네임’의 두 번째 문제는 젠더 감수성이다. 장률이 연기하는 도강재는 윤지우의 물병에 몰래 물뽕을 타 놓고 동료에게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야식 먹으러 갈래?”
도강재가 말한 야식은 밤에 먹는 야식이 아니다. 물뽕에 취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윤지우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의미를 담은 대사로, 폭력을 다루는 묘사 방식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불과 2년 전, 버닝썬 사건에서 GHB(물뽕)을 이용한 성범죄 사건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폭로돼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마이 네임’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문제적 대사와 함께, 물뽕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려는 연출을 시도한다.
도강재가 악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야식 먹으러 갈래?”나 물뽕 묘사 없이도 얼마든지 다른 설정으로 변형이 가능할 텐데 ‘마이 네임’은 불편한 묘사를 시도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젠더 감수성은 창작자가 놓쳐서는 안 될 인권의식이다. ‘마이 네임’을 집필한 김바다 작가의 전작은 ‘조선미녀삼총사’와 ‘목숨 건 연애’ 등이 있다.
미디어스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