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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산일기 Aug 05. 2019

네 번째 일기

14주, 입덧 약 안녕!

다들 그랬다. 14주가 고비라고. 14주만 지나면 입덧도 줄어든다고. 친하게 지내는 산부인과 샘은 의심쩍어하는 내게, '산모의 90%가 14주 이후부터는 입덧이 사라진다'는 과학적 통계를 제시했다. "혹시 나머지 10% 에 들어갈 생각은 아니죠? 굳이 그 어려운 걸 해낼필요는 없어요(웃음)"


오늘로 14주 이틀째. 신기하게 입덧이 줄어들었다. 디클레지스는 지난주부터 먹지 않고 있다. 여전히 속이 느글거리고 멀미하는 듯 메스껍지만 더 이상 먹고 난 뒤 게워 내는 일은 없다. 큰 발전이다.


당뇨체크는 여전히 하루에 네 번씩, 공복과 식사 한 시간 후 기록한다. 며칠 전에는 당뇨센터로부터 내 공복 수치가 여전히 높다며  인슐린이나 약을 권유하는 연락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식후 혈당은 기준보다 한참 이하인데 공복 혈당이 높다. 다음 주 병원을 방문해 자세히 물어볼 참이다.


아직 14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태동을 느낀다. 임신도 경험이 많아지니 더욱 예민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초음파 때 유난히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더니 밤낮으로 몸을 뒤집는 것이 느껴진다. 막달 때처럼 손과 발  모양이 배 밖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미세하게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다. 뱃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첫째 둘째 때와는 또 다르게 새롭고 신비롭다.


임신을 핑계로 게을러지고 있다. 덕분에 남편은 바빠졌다. 아이들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때론 요리도 한다. 마흔이 중반이 되도록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일들이라 어려울 만도 한데 싫은 기색은 없다. 새 식구를 맞으면 더욱 바빠질 테니 이 정도는 준비운동이라 생각해준다면 좋겠다.


누나가 될 아이들도 요즘은 부쩍 내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한다. 모든 가족이 새 멤버를 맞을 준비로 나름의 각오를 다지는 눈치다. 남은 시간 건강하게 잘 지내다 모두 반갑게 마주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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