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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산일기 Jul 29. 2019

세 번째 일기

13주, It's a little boy!

일주일 전 했던 NIPT 검사 결과기 나왔다. 꼭 닷새만이다. 검사 시작 전에 상담사께서 성별도 알기를 원하느냐고 묻기에 당연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의 건강 여부가 무엇보다 신경 쓰였지만 아이의 성별도 관심사였다. 성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금지되어있는(아직도 금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적어도 둘째를 임신했던 6년 전에는 불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 캘리포니아에는 원하는 부모에 한해 아기의 성별을 알려준다. 12주는 아직 초음파로는 확실히 알 수 없는 시기지만 NIPT검사에서는 염색체 검사로 성별을 알 수 있다.


요일 오전, 온 식구가 대학 도서관의 세미나실을 빌려 각자 공부 및 잡일을 하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이었다.


"검사 결과 아이는 모두 건강하다.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미리 아기의 성별을 알기를 원했다고? 자, 들을 준비되었니? 축하한다! 아기는 남자아이다!."


나와 남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딸 셋도 좋을 거라 서로 얘기해왔지만 늦게 고생하는 거, 이왕이면 아들이면 좋겠다 내심 생각했더랬다. 남아 선호니, 이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이미 딸은 둘이 있으니 자연스러운 바람이었다. 그러나 우리 둘 중 누구도 본심을 내보이지  않았다. 혹여 딸이라면 서로가 서운할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소식을 듣게 되자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었다. 보석 같은 딸 둘에 아들까지. 임신 때문에  겪고 있는 모든 고생스러움이 순간 씻기는 기분이었다.


바로 시어머니께 문자를 드렸다. 한국은 새벽시간이지만 기뻐하실 생각에 지체할 수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마침 시애틀 형님댁에서 엊그제 귀국하신 터라 시차 때문에 새벽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곧바로 내 문자를 확인하시고는 전화를 걸어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출산까지는 아직도 육칠 개월, 긴 시간이 남아있다.  나는 여전히 입덧 약 없이는 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불편함을 겪는다. 어디를 가든 당뇨 기를 들고 하루 네 번 혈당을 기록하고, 사나흘에 한 번씩 지독한 두통과 씨름하며,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없던 생소한 증상들로 하루하루가 버겁지만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다시 전의(?)를 다진다.  성별을 알게 된 뒤 남편과 나는 벌써  아이의 이름을 고민한다. 이미 서너 개의 예비 이름이 기다리고 있다. 누나들은 남동생을 맞이할 준비에 들떴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여전히 괴롭다. 목구멍과 명치 사이가 간질대며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울컥 올라올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다. 견디자. 견디다 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우리 곁으로 온다.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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