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했던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 입덧 때문에 도무지 당기는 음식이 없어 매 끼니 초콜릿과 과자 비스킷으로 연명하던 중이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초콜릿바를 입에 물고 '토할 거 같아'를 중얼거리고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혈액검사상 혈중 당 수치가 높게 나왔으니 가까운 시간 내원해서 당뇨교육을 받으라는 것. 언젠가 주위에서 임신성 당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나는 가족력도 없고 얼마 전 했던 건강검진에서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유를 물으니 '산모의 나이가 많고 출산의 경험이 많을수록 임신성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답이 돌아왔다.
띠로리. 역시. 노산의 벽은 높았던 것인가. 생전 없던 입덧에다가 당뇨라니! 서둘러 약속을 잡고 병원을 찾았다. 간호사님은 아직 내 혈당 수치로는 임선 성 당뇨를 확정하기는 이르고 다만 앞으로 매 끼니마다 식사내용을 기록하고 매 식사 한 시간 뒤 당뇨 수치를 잰 뒤 그것을 일주일마다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모든 식사는 단백질과 야채의 위주로 하되 탄수화물은 매 끼니 30~35그램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대표적인 탄수화물인 쌀밥을 기준으로 하면 매 끼니 반 컵 정도만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쌀밥 이외에 다른 탄수화물은 일체 먹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서다.
두 번째 띠로리. 한국인은 밥심인데. 닭갈비를 먹어도 감자탕을 먹어도 마지막엔 밥을 볶아야 진리일진대. 아니 그럼, 국수는? 빵은? No way! 이건 꿈이야.
간호사님은 임신성 당뇨는 아기에게도 산모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기가 저혈당이나 황달에 걸릴 위험이 있고 조산의 위험도 높은 데다 거대아가 될 확률이 많아 자연분만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입덧만으로도 죽을 맛인데 당뇨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도대체 어떤 (대단한)아이가 태어나려고 이런 고난을 주는 것인지. 생명을 품고 세상에 내놓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덕분에 이번 주 내내 절식 중이다. 초콜릿 과자를 끊은 것은 물론 과일도 줄였다. 수박을 차게 먹으면 입덧에 도움이 되던데 그마저도 양을 줄이자니 괴롭다. 양질의 단백질과 적당한 탄수화물을 곁들인 식단도 매 끼니 고민거리다. 하지만 아기와 내 건강을 위한 일이니 조금 더 신경 써야겠지. 아, 멀고 험한 노산의 길이여. 사십 대 아줌마 파워로, 힘을 내자, 영차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