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임신이 이다지도 고된 일인 줄. 첫 아이 임신했을 때 내 나이 만 스물아홉.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이가 들어서 임신이 뭔지도 모르고 후루룩 지나간 기억이 전부다. 그때는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지내느라 태교니 뭐니 신경 쓸 겨를도 없었더랬다. 배가 불러올수록 몸이 무겁기는 했지만 똥배를 아기배인 양 숨길수 있으니 나름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꼭 십 년이 지나 내 나이 서른아홉. 중간에 둘째를 낳은 지 6년 만에 덜컥 셋째가 생겼다. 계획도 예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어찌 아이가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부부가 그리 불타게 애정을 불사 지른 기억도 없는데.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아이는 분명 신의 선물.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새 생명을 품은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노산 준비에 들어갔다.
십 년 전 첫 임신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6주부터 시작된 입덧은 모든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간다. 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심한 뱃멀미를 하는 느낌. 혹자는 입덧이 괴로워 낙태까지 고민했다던데, 가혹한 모정이라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임신 12주 차인 지금까지도 이놈의 입덧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이 주 전부터는 디클렉틴이라는 입덧 약 덕분에 구토는 멈추었다. 멀미하듯 메슥거리는 상태는 여전하지만 먹는 즉시 게우지 않는 것이 어디인가.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오 현대 의학의 힘이여.
먹는 즐거움을 뺀 삶은 지난하기 짝이 없다. 뭘 먹어도 뱃멀미 속이니 도무지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콤한 자두도 시원한 수박도 그저 느끼하기만 하다. 부디 이 지긋한 입덧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격랑의 파도 위 돛단배에서 육지로 무사히 내려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