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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 Cap Jul 27. 2023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두를 사랑할 수는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시간과 관심, 정성을 쏟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두를 사랑할 수는 있다.
- 휘트니 커밍스(Whitney Cummings) -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다가 발견했던 문장입니다.

꽤 오래전에 읽고, 간단히 메모만 해두었던 것을 다시 꺼내어 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의 HR 관련 글을 써봅니다!)


<타이탄의 도구들> 에서는 휘트니 커밍스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이 문장을 쓰고 있습니다. 휘트니 커밍스는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작가, 제작가 입니다. 코미디언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지 못할까 걱정했고, 원하는 피드백을 받지 못할 걱정을 할 때에 먼저 상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나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다른 의미로도 다가왔습니다. 이 문장을 보면서 HR담당자로서 일을 해옴에 있어서 반성과 보람 두 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1. 반성

위의 문장을 알기 전에 HR담당자로서 듣고, 말했던 것은 위 문장의 절반뿐이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HR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문장입니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문장만으로는 다수 또는 핵심 대상을 제외한 사람을 포기하는 변명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HR담당자로서 인재상 및 평가/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조직에서는 당연하게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람에게 많은 보상을 주고, 그것이 당연합니다.(보상을 받는 사람이 만족하는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 적은 보상 또는 보상을 줄 수밖에 없고, 더 심각한 경우라면 보상을 줄이거나, 고용 관계를 종료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위의 과정은 당연합니다. 모두를 끌고 가려한다면, 점점 더 회사와 조직 구성원은 힘들어집니다. '최고의 동료는 복지'라는 문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HR담당자로서 일을 하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음도 당연히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깨닫는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저의 타고난 성격 때문이기도 했고, 더 좋은 제도를 만든다면 만족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HR 매니저로 여러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음 문장처럼 되어야만, 좋은 회사, 좋은 HR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모두를 사랑할 수는 있다.


회사 내에서도 핵심 인재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채용을 할 때에도 최종 합격자는 소수이지만, 지원자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결국 회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의 리뷰 등에서 나타나기도 하죠. 


그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대한다.'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찾으려고 하는 것이죠. 


결국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얼마나 시간을 쓰는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가로 드러납니다. HR 매니저로 일을 할 때에도 역시 '사람'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로 진심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시간을 가려서 쓰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정치'라는 것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기도 합니다.)


2. 보람

지금 생각해 보면 제 나름대로는 모두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 진심으로 대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채용부터 퇴사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하게 되면 깊이도, 넓이도 아주 다양하게 질문을 받게 되거든요. 그런 질문들이 들어왔을 때는 최대한 성실하고, 솔직하게 대답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노력들로 인해 업무 시간이 더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구성원이 만족시키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채용 업무를 할 때에 이런 시간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덕분에 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원자였을 때에 어떤 것을 원했던 것인지 생각해 보고, 기본적인 것 외에 디테일을 챙기기 위한 노력들을 했습니다.


지원자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기(섣부른 판단은 표정과 태도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변경된 사항에 대해서는 통보가 아닌 제안하기

채용 관련 질문이 들어왔을 때는 질문한 것 외에 추가적은 정보 함께 주기

인터뷰 대상자(인터뷰어/인터뷰이 모두!)에게는 최소 당일 오전에 리마인드 해주기

인터뷰 안내는 직접 만나서 인사하고 스몰 토크로 긴장 풀어주기

합격/불합격 안내는 신속하게 하고, 검토가 늦어진다면 미리 연락하기

탈락 사유에 대한 문의는 성실히 대답해 주기


지원자 입장에서는 '지원한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처음 겪는 것이 바로 채용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사소하지만, 이런 디테일들을 챙기는 노력이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현업에서 일을 할 때에,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담당하는 영역이 다양할 경우에는 디테일을 챙기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집중하는 영역 외에는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과 대하는 영역에서는 디테일이 결국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HR의 영역이 '사람'과 관련된 영역이 어디 있나 싶긴 합니다만...)


HR 담당자로서 일을 해오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을 때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기계적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포기하더라도, 모두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직무에 비해 노력과 성과를 드러내기도, 인정받기도 어렵지만, 그런 노력이 결국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는 날이 올 것이니까요.



사진: UnsplashJon T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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