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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Jul 11. 2024

카라멜 카리브

블루의 법칙들

시큼한 향이 나는 오렌지 주스로 노을을 칠하고

하늘 바다 물고기가 보내온 신선한 아침의 향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속살에 깜짝


카라멜 악수로 안녕하는 너는 카리브연인

북쪽나라 먹구름이 지나가다 질투가 뭉게뭉게

우리가 머리에 뒤집어쓴 거대한 야자잎 사이로

기분 좋게 젖어오는 질투의 빗방울

그러면 무얼 해

럼에 젖고 바다에 젖고 사랑에 젖어 좀처럼 마를 일 없는 우리 


주먹질 좀 하게 생긴 게 한 마리를 구했어

오늘 저녁은 조개를 가득 품은 크랩 수프래

바닷물로 양념 한 스푼을 만드는 너와

바람이 떨구고 간 코코넛을 쪼개는 나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뱃소리에

빨간 모자 흰 수염 그이가 

무뚝뚝하게 놓고 간 새우 열 마리 

윤기가 흐르는 버터를 입고, 반짝이는 후추 가루를 뿌린

너는 블링블링 새우스틱

오늘의 입가심은 노을셔벗

까만 밤, 별 소금에 콕 찍어 삼키는 새우 다음엔

하얀 반달 한 스푼의 달 아이스크림


그만해 누가 보면 우리는 원숭이 한 마리 

부드럽게 등을 말고 응석을 부리다

일어나하고 말하면 으응 하고 대답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너와 나, 

바람이 둥글게 말아놓은 고수머리

하나씩 세다가 하루가 저물어도 모자라

이번엔 내가 엎드려 너에게 등을 보인다


눈을 감고도 보여 안녕하고 말하는 해가 

무얼 먹을까 저녁 생각에 빠진 너의 등 위에

파랗게 달라붙는 시원한 바람의 대답은

서로의 시간들을 먹고 또 먹으라고

너와 네가 만져준 머리카락 개수만큼

서로를 먹어서 끝없이 행복하라고

내일도 계속 이렇게 등을 말고 있을까


나의 변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 너였으면 해

우리 진심이 함께 하는 날들이 곧 왔으면 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데 자꾸만 카라멜 향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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