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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Jan 24. 2023

Guatemala는 Follow your Gut (2)

본능이 시키는 대로


노랗게 시작한 티타임이 어느덧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기울어진 그림자를 피해 매리가 자세를 바꿔 앉았다. 그때 그녀의 원초적인 아랫도리를 보고 말았다. 내 쪽에서는 모른 척할 만큼 해왔다고 생각하면서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매리, 언젠가 한 번은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왜 속옷을 입지 않는 거야?


그 이유가 건강에 더 좋다라든가, 입을 팬티가 없어서라든가 하는 뻔한 이유는 아니겠지. 매리라면 - 쉰 살이 훌쩍 넘은 금발머리의 사진작가이며, 매일 아침 해변가에서 요가를 하고, 정글과 도시를 오가며 방랑과 정착을 반복하는 당신이라면 - 무언가 은밀하고 위대한 이유가 있으리라. 이런 사람은 특별한 사연이 많은 법이니까. 응당 그래 줘야 하니까. 질문을 듣고 내내 미소 짓던 그녀가 차 한 모금을 마저 삼키고 운을 떼었다. 오, 달링.  


그야 시원하니까!


허무하여 웃음이 터졌다. 믿고 싶지 않았다. 난 대체 어떤 진실을 기대했던 걸까. 아주 사적이고도 공적인 그녀의 아랫도리가 바람에 팔랑거렸다. 그렇게 ‘홍시라 홍시맛이 나는’ 진실을 마주한 이후로, 나는 당신만 보면 시원하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다.

진실을 말하라,

그리하여 상대가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

이미 믿지 않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진실이란 건,  

화려하게 세운 기둥보다는 매일 밟고 다닌 바닥 위에 있다.



<She is a dot> Mary, Guatemala ©hu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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