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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Jan 26. 2023

Beliz는 I belieze you (2)

여기에 온 이상, 이미 사랑


벨리즈의 섬 키코커는 기가 막힌 곳입니다. 공기 중에는 방금 만들어진 사랑이 둥둥 떠다닙니다. 바닷물에 던지면 녹아버릴 솜사탕처럼 그것들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걸 여러 번 봤어요. 하루 만에 사라지는 사랑이라거나, 어쩌다가 몸집이 불어나고만 한 달치의 사랑들. 저 역시도 사랑에 빠졌는지 모른 채 사랑하게 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더군요. 여기에 온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지요. 어디로 도망치든 길이 끝나는 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뿐이었으니까요. 뒤죽박죽인 감정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어디에선가 종종 목격하셨겠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깨닫지 못한 사랑이 있는 거더라고요. 그걸 처음으로 알게 된 곳입니다.


밤은 차갑게 빛나고 바다는 식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면 다시 뜨거워진 바다와 하늘이 발목을 잡았어요. 그곳의 일몰은 권력이었습니다. 누구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분명한 강제였죠.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몸에 붙은 성에를 녹인 듯, 사회적 통념을 내려놓고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원시의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결에 높아졌다 작아지는 음악 소리와 적당히 배부른 맥주, 막 잡은 킹크랩이 빨갛게 익은 저녁식탁은 우리가 꿈꾸던 오래된 사치였죠. 그러나 사랑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시작하고 끝을 내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곳에서 혼자 잠드는 사람은 실패자의 기분을 느낄 겁니다.




여기는 시간도 놀다간다.

이 느린 시간 속에 같이 머문 사람과는 영원히 이어질 거란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당신을 벨리즈 한다고.

그건 내가 당신을 뒤죽박죽인 채로 사랑했다는 뜻이다.



<She is a dot> caye caulker, Beliz ©hu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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