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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승빈 Jan 10. 2021

여보, 죽기 전에 세이브해줘!

1월 10일. 열 번째

꿈과 희망의  전자상가



오래전 보았던, 해외 게임사의 꽤 흥미로운 광고가 있었다. 한 가장이 퇴근길에 괴한을 만나 기습을 당하게 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여보, 죽기 전에 세이브해줘”라며 외치고는 광고는 끝이 난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죽기 직전의 완벽한 상황으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를 이어간다는 의미다.

 

매 순간순간을 세이브할 수 없는 삶에서 단 한번, 삶의 순간을 저장해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을 저장할까.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이도 있을 테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 순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도 있겠지. 실제로 삶을 세이브하고 당시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가장'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만한 순간이 언제였나 종종 생각에 빠지곤 한다. 누군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다고 말할 순 있겠으나 그럼에도 조금은 특별한 순간이 있을 수 있으니까.


문득 나는 그림으로, 이렇게 짧은 글로 삶의 순간을 저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펼쳐보았을 때 지금의 기억이 오롯이 떠오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어쩌면 삶을 세이브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많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열 번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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