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열일곱 번째.
베트남 닌빈을 여행하던 중에 작은 투어를 신청했다. 인원이 얼마 되지 않은 덕분인지 처음 서먹했던 분위기는 몇 마디 대화로 금세 친근해졌다. 일행이던 한 프랑스 여자는 내가 어디에서 왔냐 물으며, 자신의 휴가기간이 친구들보다 짧다며 연신 투덜대었다.
"여름휴가가 3주밖에 되질 않아요. 한국은 휴가 기간이 얼마나 되죠?"
"음... 보통 주말 포함해서 일주일요"
내 대답에 그녀는 아마도 자신이 벌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입을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월차, 연차를 당겨 붙이면 2주 정도는 가능하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그녀의 입은 내 휴가기간을 고작 며칠 더 늘린다고 해서 다물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한국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멕시코와 더불어 항상 순위권을 다투고 있다. 나는 그 평균치보다도 훨씬 밑도는 프랑스 여자의 투정을 들으며, 행복한 삶을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그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내게 미안하단 말을 두 번이나 했고,
그녀보다 적어도 2배 이상 일을 하는 나는 네 번이나 괜찮다고 해주었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열일곱 번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