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열아홉 번째
여행 가방의 해묵은 정도를 보고,
때로는 그 사람의 여행의 깊이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여행은 어떠했을지,
멀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 흔적을 찾으려 애씁니다.
어쩌면 또 다른 여행을 가는지도 모르지요.
마주 보고 앉은 한 커플의 새것처럼 깨끗한,
쌍으로 맞춘 자줏빛의 캐리어를 보고
나는 당신들이 부부이거나 연인일 거라 마음대로 단정합니다.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법한 귀여운 캐리어.
예쁘게 차려입은 소녀의 옷차림에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이 느껴집니다.
세상 어딘가를 부지런히 누빈 듯한
저 서양 남자의 낡은 캐리어처럼,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며 그림만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열아홉 번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