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식... 또 전화 안 받네'
"너, 걔 연락되냐?"
"전에 한번 충격요법을 썼는데 그녀석 그 뒤로 내 전화는 받는다."
"세상 바쁜 척은 혼자 다하지"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매우 컸던 녀석이다.
밤늦도록 놀다 헤어져도 집 근처 학교 운동장 서너바퀴는 너끈히 뛴다는 녀석.
그녀석이 연락이 뜸해졌다.
모임에서 유독 말수도 많았는데,
작곡한 노래가 있다며 밤늦게 집으로 불러서는 고막고문을 시키던 녀석.
"어, ○○아.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
"나 ○○이 아버진데 혹시 회사? 친구? 전화가 걸려오는데 누군지 모르니 연락을 못했는데..."
무슨 일이 생겼구나.
직감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인데, 열명 남짓 모임도 가끔 하구요. ○○,무슨 일 있나요?"
"지금 병원이야. 면회도 힘들고.."
숨멎이 이런건가.
낯빛이 크게 어두워졌다.
근심이 그려질만큼.
"얘들아, ○○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데 심상치 않다. (중략)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진데 그래도 우리 모임 친구들은 알아야 할 거 같아 톡 남긴다."
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가 볼 수도 없네.
가도 볼 수가 없네.
그로부터 월, 화.
수요일 아침.
뒤이어 올라온 "부고"
입원 소식을 듣고 일주일 남짓
덧없이 흘러 보낸 시간,
손쓸새없이 떠나버린 내 친구.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유명한 카피가 있었더랬지.
차분한 장례식장에서 캐묻는 분위기가 되지 않게끔 조용히 물었다.
"언제 알았나요?"
"1년쯤 전에요. 췌장암이었고 이미 간으로 전이가 된 다음이라..."
너 담에 만나면 그렇게 가 버린 거 후회하게 만들거야.
그리고 미안하다.
네가 나한테 보낸 그 카톡.
그 의미를 널 그렇게 떠나보내고
뒤늦게서야 깨달아서.
친구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