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금의 이 사태를 더 현실감있게 말하는
오늘은 좀 작정하고 여기에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한은총재가 신년벽두부터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는 걸 오늘 뉴스를 검색해보다가 들었다.
가계부채 얘기다. 가계부채가 지금껏 늘어난 건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 탓이다(빚내서 집사기), 모두 '성투'를 바래서다(빚내서 주식투자하기), 여기에 한몫 더한 것이 '가상화폐' 투자광풍.
투기와 투자는 한글자 차이지만 대단한 '온도차'가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바라보는 것도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소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다.
우리는 남 얘길 하는 걸 대단히 좋아하지만, 또 그만큼 극도로 내 얘길 하는 걸 싫어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급등했다가 안정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위기 발생 가능성은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안하면 올바른 정책 대응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한은 이창용 총재 발언 중에서..."조선비즈"에서 발췌)
한국은행 총재로서 나라경제를 생각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걱정하는 건 대단히 좋으나, 금융기관이 부실하게 되는 게 '서민' 탓은 아닐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더라니.
"이 총재는 국제무역의 분절화, 높은 금리 수준 등이 향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그간 미뤄왔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고금리 환경 역시 높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고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행보에 맞춰 기준금리를 연 3.25%로 끌어올렸다."(역시 "조선비즈"에서 발췌)
(발췌 원문
왜 하필 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지금이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권으로 돈이 모이게 되고 금리를 내리면 금융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그게 경제적으로 일반적인 순리다. 그게 탄력적으로 금리를 운용해야 할 국가의 책임이다. 지금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건 환율 탓이 매우 크다고 본다. 원화가치가 떨어졌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건 간에 나라간 스와핑을 통해 빌린 돈에 대한 부담이 커진거다. 이렇게 빗대어 얘기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겠지만,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한 걸 환율이 오른 거랑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거꾸로 말해 고금리 시대에 가계대출을 해소할 기회라고 '주장'한다면, 고환율일 때 국가간 부채가 해소되나?
그런데 3일 한은총재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경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3일) 연이어 이종렬 부총재보가 9일에 이렇게 말했다. "경제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위험 대응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이종렬 한은 부총재보, 9일)
이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는 이렇게 평을 했다. "암울한 경제 전망이 지배적인 새해가 밝아 오면서 한국은행이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이성적으로 이끌기 위한 '균형추' 역할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발췌 원문
https://www.news1.kr/articles/4919594)
가재는 게편인가? 지금 시점에 제일 암울한 전망을 새해 벽두부터 내민 장본인은 한은이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보도한 언론이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 개인이 위험할까, 금융권이 더 위험할까? IMF때고, 리먼사태가 촉발시킨 금융위기 때도 '모럴해저드'가 심했던 건 오히려 금융권이었고, 최근 금융기관 직원들의 횡령, 배임 사건이 터지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관련 뉴스는 정말 경악 그 자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3분기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조9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발췌 원문
https://www.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num=72780&firstsec=1&secondsec=17)
***'보험' 업계전문지가 은행권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더라는.
40조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 전년도에 투자한 금액보다 조금 모자란다.
"삼성전자가 'D램 혹한기'를 투자로 정면돌파한다. 글로벌 D램 시장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올해 설비투자 감액을 예고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지난해(44조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규모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설비투자 축소로 대응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를 꾸준히 유지해 향후 '슈퍼 사이클'에서 격차를 더 벌린다는 전략이다."
(발췌 원문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0104010002546)
이에...은행들은 당연히 해가 바뀌었으니 한 해 '실적'에 대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아주 빡세게 수시로 파업을 해도 똑같이 파업을 하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황제 파업'을 하는 걸로 유명한 금융권 노조는 성과급 협상을 할 때면 핏대를 세우나보다. 그럼 또 은행은 마지못해 늘 성과급 잔치에 힘을 보탠다. 왜? 은행이 망하면 나라가 그 부채를 떠안는 구조는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어딘가 인수할 대상을 찾고 그럼 다른 은행이 인수하면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니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아주 좋은 핑곗거리로 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란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지난해 국내 은행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영업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규모도 은행별로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규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를 경영성과급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 임단협에서 타결된 성과급(300%)보다 61% 포인트 대폭 확대된 규모다. 300%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61%는 우리사주 형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특별격려금도 직원당 300만원 이상 제공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성과급으로 무려 기본급의 400%를 책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00%, 우리은행은 200%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바 있다. 올해는 실적이 오른 만큼 지난해를 웃도는 비중의 성과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성과급과 보너스를 대거 늘린 것 지난해 역대급 실적 덕분이다. 지난 한 해에만 기준금리가 2.25%포인트 올랐고, 고금리 기조와 함께 국내 은행의 이자 수익도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40조 6000억원으로 1년 사이 20.3%나 폭증했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는 중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발췌 원문
https://www.mk.co.kr/news/economy/10597480)
금리차로 거둬들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논란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는 은행연합회의 설명은 더욱더 가관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특정 은행이 선제적으로 예대금리차 확대 시 급격한 고객 이탈로 이어지므로 의도적인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 입장에서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발췌 원문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3011116035844284)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보자. 은행이 경쟁하고 있나? 그 경쟁이 죽고 사는 문제로 불릴만큼 치열한가? 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나는 그렇게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서의 분노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마지막 문장은 어느 영화에서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흉내내며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