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홍 Dhong Aug 28. 2023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다시 사시겠습니까?

일본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를 보며

모든 장점과 단점이 그렇듯 양면은 맞닿아 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이고 단점도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면 혼자 밥을 차려 먹는 게 은근히 귀찮은 일이라 얼렁뚱땅 스킵하려다가도 항상 나의 식사를 챙기는 짝꿍의 얼굴을 떠올리며 밥과 반찬을 차려서 꼭 꼭 챙겨 먹고 있다.


재택근무를 여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았지만 경험으로 나는 더 빡빡하면 빡빡했지 여유롭진 않은 거 같다. 점심시간도 정말 12:00부터 13:00까지 정확히 맞추는 기분. (그 사이 누가 날 메신저로 찾을지 모르니까ㅜ)


그 60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보통 1회가 4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도 할 겸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 입맛에 딱 맞는 드라마를 찾기 어려워 보다가 중간에 그만두곤 했는데, 최근에 계속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브러쉬 업 라이프>

주인공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게 되고, 저승에서 눈을 뜬다. 저승의 information 센터에서 다음 생은 남미의 개미핥기로 태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에 다시 본인의 신생아 시절로 돌아가 인생 2회 차를 사는 내용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


아직 모든 에피소드를 보지 못했고 절반 정도 왔는데, 발상 자체가 독특해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생 2회차가 아닌 1회 차의 지식과 인간관계, 경험들을 모두 유지한 채 태어난 2회차다.


나는 T라서 일단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 자체가 (그리고 다시 태어났을 때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다른 환경적 요소들이 거의 다 유지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반대로 이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이거나 꿈 속일 수 있으니까 드라마적 허용이라고 치자.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드라마에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이 있다. 일단 1회부터 죽음이 나오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다. 정말 생과 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냥 무심하게 보내는 순간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이란 생각도 든다.


드라마에서 상황처럼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준다면 다시 사는 게 좋을까?

드라마 설정처럼 1회차 기억을 모두 가지고 2회차를 살아야 한다면 다는 다시 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말하고 걷기까지 신생아의 몸에 갇혀 허우적 대는 걸 생각만 해도 답답할 것 같다.


다만, 다시 살 기회를 얻어서 지금의 짝꿍과 만나 다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할 것 같기도 하다.


덧. 개미핥기가 어때서? 우주를 이루는 다 같은 생명체이거늘. 어쩌면 덕을 못 쌓은 경우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이야 말로 괴로운 존재 아닌가.



사진: Unsplash의 Nathan Dumlao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재밌는 남의 집 구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