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총총파파 Aug 28. 2023

일기에 쓸 말이 없다는 아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듣던 때. 선생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다. 글을 쓰려니 쓸 말이 별로 없다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나는 오늘 이 글쓰기 수업만 놓고도 몇 백 장은 너끈히 쓸 수 있다고 하셨다. '글을 쓸 때 주제와 소재와 연장을 탓하지 말지어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이 그렇게 들렸다.


글을 쓸 때면 넓이보단 깊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깊이 파고 파고 내려가다 보면 무언가 새롭고 다른 것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뭘 많이 해서 쓸 게 많을 수도 있지만, 그건 지루한 나열로 전락할 위험도 있지 않은가.


여전히 아들은 일기 쓰기 숙제를 어려워 하고, 언제나 나와 아내의 도움을 청하는데, 그렇다고 부모가 일기를 대신 써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무슨 생각을 했냐고 하면 재밌었다 라고만 하니, 그 답답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도울지도 잘 모르겠다.


글에 쓸 말이 있으려면 평소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스쳐가는 한 순간을 놓고도 몇 백 장의 글을 쓸 수 있고, 몇 달 간의 여행도 한 문장으로 간추릴 수 있다. 비유하자면 생각에 북마크를 해두는 습관이다. 이 습관이 없으면 모든 일은 그저 흘러간다.


많이 써야한다는 말은 정말 맞다. '많이' 보다는 '자주'가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자주 쓰다보면 자주 글쓰기에 관해 생각하게 되고, 삶의 어떤 순간에서 이건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관한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된다. 그렇게 기억 속에 메모된 글감을 찾아서 글을 풀어내면 된다.


아직 이 연습이 되지 않은 아들에게 일기 쓰기가 재밌어질 방법이 있을까. 이건 어른들의 숙제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다시 사시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