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총총파파 Oct 31. 2022

세희 학생, 약속 좀 지켜

글 쓰는 당신도 스누트 스쿨에 입교하세요

그제로 총 두 달 간 네 번의 글쓰기 수업이 모두 끝났다. 나는 이 수업의 학생으로서 네 개의 글을 쓰고 네 번의 강의에 참여해야 했지만, 세 편의 글을 썼고, 딱 한 번의 수업을, 그것도 첫 시간에만 다녀왔다.


내가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고 했더니 친구가 물었다: “궁금하다. 너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나는 친구에게 강의 신청 링크를 보냈다. “와, 이충걸? 그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글 좀 읽고 옷 좀 입는다는 친구들에게 GQ 편집장 이충걸이라는 이름 석자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내가 앞줄에 있을 수 없다면 그 어떤 줄 세우기도 거부하는 나는, 톨스토이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쫄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첫 수업은 역시나 긴장됐다.


실물도 목소리도 처음이었다. 자신을 교장 선생님이라 부르라는 말에 속으로 웃겄다. 국민학교로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개근을 한 나이지만, 이렇게 직접 수업까지 하는 교장 선생님은 본 적이 없었기에.


첫 수업 시간. 착 가라앉은 공기 속을 나긋하게 헤엄치던 선생님의 말들. 그 말들을 들으면서 웃어도 될지, 아니면 계속 참아야 할지 모르겠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바쁘게 눈알을 굴리던 나는 선생님의 “나는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생각해요.”라는 그 한 문장을 듣고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굳어있던 어깨를 내렸다.


이충걸 앞에 붙은 수식어가 너무 거창해서 범접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러나 학생이었던 내게 이충걸은 한없이 다정한 글쓰기 선생님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성스러운 첨삭도, 나를 부를 때 내 이름 뒤에 ‘학생’을 붙여서 불러주는 것도 좋았다.


글쓰기 수업을 통해 내 글이 확연히 나아졌는지는 역시 내 글을 읽는 사람들만이 알아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이 수업을 통해서 ”세희 학생, 글을 쓰면 내게 보내봐. 내가 봐줄게“, 하는 다정한 스승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은 2022년, 내게 주어진 인생의 선물 같다.


간지러운 아부 같이 들리지만, 이런 거라도 내어드리고 싶었다. 저 글 쓰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게요. 그러니까, 저 계속 쓸게요, 선생님. 앞으로 길에서 시비라도 붙으면, 야 너 어디 문파야, 나 이충걸한테 글쓰기 배운 사람이야, 하고 당당하게 맞설게요. 난 수업 다 빼먹은 불성실한 학생은 안 키우는데, 하지는 말아주세요.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실 거라 믿지만, 그래도 11월, 12월 수업 그리고 아마 앞으로의 글쓰기 수업 일정과 신청방법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여기로 가시면 된다고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드럽게 살아, 드럽게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