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15년차, 나는 뭘 느끼고 있나?
얼마 전 나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 때마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그게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나이 먹을수록 서로의 자리는 작아지고 각자의 삶의 무게는 커지니까.
사실은 옛날부터 누가 그걸 축하해 주는 게 어색했다. 생일이 뭐 별거라고.
하지만 희한하게 오늘은 감사의 마음이 밀려온다.
해외에 나와 산지 15년째가 되어간다.
오늘 여기에서 많은 생일 축하를 받았다. 한국에서 온 축하는 엄마의 메시지 하나.
나는 이곳에서 오히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는다.
"마흔 번째 생일이니까 특별하잖아. 다 모이자."
이제는 엄마보다도 더 편한, 내 인복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나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사십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본인이 쏘셨다.
"나는 내 생일이라고 이렇게 모이는 거 진짜 불편한데... 그런데 내 생일이니까 내가 쏴야 되지 않을까?"
"아니 니 생일이니까 너는 얻어먹어야지. 엄마가 쏠 거야."
"생일 선물도 다 받는데"
"어쨌든 니 생일이니까."
나의 시누이와 그의 남자친구, 남편의 외삼촌 내외 그리고 시어머니와 우리 가족.
생일을 핑계로 이렇게 모여 분위기 좋은 데서 맛있는 것을 먹었다. 사실 이분들은 오늘이 아니라도 내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준 분들이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오늘은 그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왜??
"로릭 이모, 생일 축하해. 로릭이 계속 이모이모 그러는데 알고 보니 그게 너였어."
남편의 친구가 내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보다 그의 아들이 나를 이모라고 부른다는 말이 더 감동적이었다.
"우리 집 마당에 수영장이랑 그네 만들어 뒀어. 우리 고기도 같이 구워 먹자. 이때 시간 돼?"
아이와 남편과 함께 놀러 오라는 그의 말이 뭉클했다.
그리고 지지난해도, 지난해도 그랬듯, 시어머니의 친구분도 올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해외에 살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내 생일을 더 챙겨준 적이 꽤 있었지만, 오늘은 뭔가 더 기분이 묘하다. 결혼을 통해 나의 친척이 되고 나와 인연을 맺은 이 사람들이 내 인생에서 만난 그 어떤 사람들보다 나를 아껴줘서 그런 건지... 희한하게도, 오늘 한국에서 더 멀어진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오늘따라 내가 여기서 기꺼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나는 프랑스인이 될 수도 없고 될 일도 없겠지만, 이제는 한국인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나 자신마저도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인의 단점을 버리려 부단히 애쓰는 것을 보며,
그 단점을 버려야 내가 해외에서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뭐 소속감을 느끼는 건 지구인이라는 것 정도?) 뭐 그리 나쁘진 않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 지난 해외 생활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저 그 순간순간 내게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며 지내는 것.
15년 전, 해외로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수없이 고민하던 그 많은 낮과 밤에도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지는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오늘따라 처음 해외에 나가서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그날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