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택시'는 <“신이 준 선물, 교통 혁명” NYT도 극찬했다, 서천의 100원 택시">라는 식으로 국내에 대서특필 되었다. 이역만리 뉴욕타임즈에서 한국의 시골 교통수단을 콕찝에서 "Godsend"라고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의 기사 캡쳐
서천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대중교통 운용난을 겪었다. 승객 수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자 버스 노선이 폐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지자체는 100원 택시 사업 비용이 버스 보조금 지급보다 훨씬 예산이 적게 든다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100원 택시는 외딴 시골에 거주하면서 교통수단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해 고안됐다”며 "한국 농촌 대중교통에 혁명을 일으켰다"라고 평가했다.
서천군의 대중교통 운용난은 서천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지하철은 커녕 하루에 1~2대만 운영되는 버스마저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도 많은 실정이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곳이 많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상황에 더 악재가 되었다. 농촌이 아니라 시단위 지자체에서도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시내버스 업체들은 일부 노선을 중단하며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구조조정을 두고 노사가 강대강 대립 중이다. 노조에서는 9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었다. 10% 인력 구조조정안을 두고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최종 교섭을 통해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며 밤 늦게까지 진통을 겪다가총파업을 불과 6시간도 남기지 않은 오후 11시40분쯤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단 불을 껏지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무산된 현재 '적자철' 서울지하철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을 더 늘리거나, '무임승차' 폐지, 요금 인상 등으로 적자를 메꾸어야 하는 상황이다.
애초 서울 지하철이 파업 위기에 놓인 배경에는 누적된 조 단위 적자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안이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해 현재의 공사가 출범한 이후에도 줄곧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운수 수입이 급감하면서 적자가 1조1137억원에 달했으며, 올해에도 1조6000억원 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조조정과 같은 극단적 자구책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적자가 또 누적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적자의 원인은 1) 노약자 무임 승차, 2) 수송 원가보다 낮은 요금
고질적인 적자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연간 2000억~3000억원대에 이르는 노약자 무임 수송은 인구 고령화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5년에 인상된 이후 변화가 없는 지하철 요금은 수송 원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결손금 부담을 늘려왔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승객 감소까지 겹치며 지난해 1인당 결손금(수송 원가 - 평균운임)은 1100원을 넘어섰다. 승객 1인당 1100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농촌의 시내버스는 이미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100원 택시'가 대안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고, 서울처럼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마저도 지하철이 적자에 신음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대중교통은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는 누적되어 왔던 모순을 갑작스럽게 터지게 만든 촉매가 되었다.
코로나19는 대중교통에 '고난의 행군'과 같은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고밀도 이동수단인 대중교통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가장 거리가 먼 이동 수단이다. 봉쇄를 선택한 도시들은대중교통 가동을 최소화하거나 중지하였다. 서울처럼 봉쇄를 택하지 않는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방역에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민들이 위기 이전처럼 대중교통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남고 있다.
삼중고에 빠지고 있는 대중교통
위기에 처한 승차공유 업체들이 배달 등 새로운 이동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중교통 사업자들은 대안이 많지 않다. 대중교통은 공익적 성격을 가진 사회간접자본으로 도시의 필수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서 운행 중단이 쉽지 않고, 설사 운행을 중단하더라도 유지 및 보수 비용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방역 비용은 더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막대한 공공재원이 투입되어 왔다는 점도 취약한 부분이다. 코로나19 앞에서 대중교통은 매출을 방어하기도, 방역 및 유지 비용을 줄이기도, 가중되는 경영 악화를 완화시켜줄 정부의 지원 여력도 바닥을 향하는 삼중고에 빠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대중교통 이용 패턴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코로나19 초기에 분석한 연구를 참고해 보자. 해당 연구에서는 항공, 철도, 버스 등 교통수단 별로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엔 2020년 1월 3주차와 대구지역 확진자 급증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던 3월 1주차의 이동 데이터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동 수단은 항공여객 부분으로 코로나19 이전(1월 3주차)에 비해서 국제선이 84%, 국내선이 63%로 급감하였다. 지역간 이동수단인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도 각각 69%, 66%로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타격이 크게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내 이동을 대표하는 택시, 버스, 지하철은 각각 32%, 36%,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지역내 이동보다는 지역간 이동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 사람들이 장거리 통행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하철과 같이 고밀도 이동수단보다는 택시와 같이 저밀도 이동수단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모든 교통 수단에서 평일보다 주말의 이동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기도 했는데, 통근, 통학 등 일과 연관된 통행보다는 여가통행이 크게 감소한 결과로 분석되었다. 여행과 관련이 깊은 장거리 대중교통의 이용 감소 폭이 크지만, 일상의 이동과 관련이 깊은 시내 대중교통도 30~4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대중교통에 닥친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는 전세계 대중교통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전세계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이용 정보를 제공하는 moovit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의 대중교통 이용량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이후의 대중교통 이용량 추이를 계산한 Moovit Public Transit Index를 공개하였다. 아시아, 유럽, 미주의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이용량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6월 4주차 데이터 기준으로 홍콩, 타이페이, 서울 등 비교적 회복세가 빠른 도시도 대중교통 이용량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여전히 10~20% 부족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언급되었던 싱가포르는 3월 하순 개학 강행 이후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대중교통 이용량이 이전 대비 최대 70% 수준까지 급감하였다가 최근까지 이전수준의 5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의 주요 도시는 아시아에 비해서 대중교통의 타격이 더 크고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자택격리 지침,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대응조치가 취해지면서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유럽 주요 도시는 단계적으로 경제 재개에 나서면서 최악의 수준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팬데믹 선언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위기 이전대비 40~70%가 감소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미국, 브라질 등이 위치한 미주의 주요 도시는 50~80% 감소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대중교통협회(UITP)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유럽 대중교통 운송기관의 전체 운임손실이 2020년에 400억 유로(약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 TransitCenter가 추정한 미국 대중교통 운송기관들의 손실은 최소 264억 달러(약 32조원)에서 최대 380억 달러(약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대중교통의 회복은 불투명해 보인다. 사태가 호전될 경우 홍콩, 타이페이, 서울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회복세를 지속할 수도 있지만, 일상적 이동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방심할 경우 싱가포르처럼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도 있다. 유럽과 미주 도시처럼 뒤늦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어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고, 회복에도 상당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대중교통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상당수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대중교통 이용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대중교통 이용 비율은 40%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상당수가 승용차와 도보/자전거로 이동수단을 변경하면서 대중교통 이용 비율은 23%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된 이후에도 승용차 이용을 지속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이로 인해서 향후 대중교통 이용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10%p 이상 낮아진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었다.
삼중고에 처한 대중교통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연착륙 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수송분담률은 2017년 기준 버스 23.9%, 철도 18.1%로 승용차의 53.9%에 이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중교통시스템이 발달한 서울은 버스와 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이 65%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719만명의 이용객이 버스와 지하철을 평균 1.32회 환승을 하면서 이용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시간은 평균 1시간 27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밀폐된 차량 안에서 불특정 다수가 함께 이동해야 하고, 환승 과정에서도 사람간 접촉 우려가 높은 대중교통을 비대면, 비접촉 행동약식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중교통 방역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중이지만, 치료제나 백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현재의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코로나19의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닥쳐올 재정압박도 부담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어 운임손실이 누적되고, 경기 부진으로 인하여 정부재정 수입이 감소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중교통 운송기관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대중교통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되는 수도권에서만 준공영 방식의 버스와 공영 방식의 지하철 운영에 막대한 공공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2018년 서울시는 5402억원을 버스 재정지원금으로 지출하였고,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에 따른 운임 손실 등으로 2018년에만 53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다. 교통난 해소와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 사회간접자본으로써 대중교통이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적자에 코로나19 효과까지 장기화된다면 대중교통의 지속가능성도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 요금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대중교통의 상대적 매력도가 감소함에 따라 승객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가 있다는 점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래도 힌트는 있다. '서천군의 100원 택시'가 그것이다. 한계에 처한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수요응답형 교통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0원 택시'는 비단 농촌의 대중교통 혁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자에 허덕이는 도시의 대중교통 혁명을 위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