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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Nov 18. 2021

하늘이 막히자 땅도 막힌다 : 자동차 쏠림이 심해진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여행은 자동차 이동으로 쏠리고 있다.

대중교통에 대한 기피는 풍선효과를 일으켜 다른 이동 수단의 선호로 이어진다. 전통적으로 대중교통과 경합관계에 있었던 이동 수단이자, 감염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은 승용차는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이동 옵션이다. 실제로 승용차 선호는 데이터로 드러난다. 대부분의 이동 데이터들이 코로나19로 곤두박질을 치고 난 이후 회복이 지지부진한 것과 대조적으로 도로 통행량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소폭 하락하는데 그친 후에 5월에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올해 5월 일평균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465만 건으로 설 연휴가 있었던 1월의 443만 건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시 주요 도로의 일평균 통행량은 5월 들어 152만 건으로 1월 155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도로 통행량은 코로나19로 이동이 얼어붙었던 3월에도 고속도로 403만 건, 서울 주요 도로 149만 건으로 1월 대비 각각 9.0%, 3.7% 감소에 그쳤다. 출근이 불가피하다면 버스나 지하철보다 승용차로 출근하고, 출장이 불가피하다면 시외버스나 철도보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동차로의 쏠림은 앞으로도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와 공항 및 국경 봉쇄로 인해서 해외 관광이 쉽사리 재개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2020년 관광객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1분기에만 전년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연간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전 세계 관광객은 전년대비 58%로 급감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여행 제한 조치가 2020년 연말에 해제될 것으로 상정하였는데, 이 경우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해제 조치가 회복되기 전에는 해외 관광객 수가 사실상 의미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해외여행 수요는 국내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출국자 수는 2019년 기준 2871만 명이다. 월별로는 최고 291만 명(2019년 1월)에서 최저 205만 명(2019년 9월)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었다. 컨슈머인 사트에서 국내와 해외여행 계획 보유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첫째 주 국내와 해외여행 계획 보유율이 각각 70%, 60%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인 5월 2주 차에는 해외여행은 23%까지 하락한 반면, 국내 여행은 65% 수준으로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연간 3000만 명에 가까운 해외여행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우울증(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심리적으로 지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구글이 전 세계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코로나19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소매점 및 여가시설, 대중교통 정거장, 직장 등 구글이 분류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방문이 감소했는데 반해서, 국립공원, 해수욕장, 반려견 공원, 광장, 공공 정원 등 공원 방문은 5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피해 집 근처 공원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해수욕장, 산 등을 이전보다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청에서 통신사 빅데이터로 분석한 인구 이동은 코로나19 이후 첫 연휴였던 5월 첫째 주 주말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주말 인구 이동량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고, 여가로 흡수되고 있는 여행 수요가 국내 여행으로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제는 국내여행의 이동수단으로 승용차 쏠림이 더 심각해질 것에 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여행의 74.2%는 이미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고속/시외버스가 6.7%로 뒤를 이었고, 전세/관광버스는 5.5% 불과했다. 철도는 2.2%로 지하철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무색하게 전국 곳곳의 도로가 마비될 가능성에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로의 쏠림은 지금까지 이동을 위한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동 수단의 선택이 대중교통과 승용차 중에 하나를 고르는 문제에 가까웠다. 대중교통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해진 시간(운행 시간), 정해진 위치(역, 정류장 등) 등을 이용자가 맞춰야만 했다. 반면, 승용차는 직접 운전을 해야 하고, 연료비와 통행료 부담도 있으며, 주차 문제도 챙겨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이용자 중심의 편의성 때문에 대중교통과는 언제나 경합 관계였다. 이러한 양극단 사이에서 기술에 기반한 승차공유 서비스가 등장하였지만, 코로나19는 승차공유와 대중교통 모두를 자가용 승용차의 대안으로 쉽사리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승용차 이용은 코로나19 속에서 안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지만, 도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해 온 기존 도시 교통정책의 기본 공식과도 배치된다. 승용차 이용이 늘어날 경우 도시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문제는 현재보다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수송용량면에서 버스는 승용차의 약 10배, 전철은 약 20배 많지만, 에너지 소비율의 경우 버스는 승용차보다 7.2% 낮고, 전철은 23.7% 낮다. 이미 도로 위의 나 홀로 승용차 비율이 2010년 62%에서 2016년 83%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더 많은 승용차를 도로로 나오게 할 가능성이 높다. 교통체증 악화는 OECD 최악의 통근 시간을 더 늘리고, 미세먼지 문제도 더 악화시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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