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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Dec 30. 2021

퍼스널 모빌리티 : 근본적 독점을 넘어서는 쉬운 대안

자동차의 Radical Monopoly를 넘어서는 상상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많은 길 중에서도 하늘길을 막았다. 하늘길, 특히, 해외로 이동하는 길이 크게 막히자 그동안 견조하게 성장해왔던 해외여행 수요는 국내여행, 콘텐츠소비(집콕소비), 하이퍼로컬 소비(동네 생활권 소비) 등으로 분산되었다. 이중에서도 이동 측면에서는 국내여행이 크게 부각되었고, 국내여행을 위한 자동차의 이동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른바 자동차 쏠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대 도시에서 자동차의 근본적 독점(Radical Monopoly)


자동차, 특히, 개인이 이용하는 승용차는 이동의 자유와 도시 인프라의 한계 속에서 양면성을 가지는 이동 수단이다. 승용차는 개인의 이동의 자유를 대표하지만, 무한히 증가하는 자동차의 자유도를 수용하기에는 도시의 인프라, 환경 등 모든 면에서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Radical monopoly is a concept defined by philosopher and author Ivan Illich in his 1973 book, "Tools for Conviviality," and revisited in his later work, which describes how a technology or service becomes so exceptionally dominant that even with multiple providers, its users are excluded from society without access to the product. His initial example is the effect of cars on societies, where the car itself shaped cities by its needs, so much so that people without cars become excluded from participation in cities. A radical monopoly is when the dominance of one type of product supersedes dominance by any one brand.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의 근본적 독점에 의해서 쉽게 설명된다. 현대 도시는 1970년대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말한 자동차의 ‘근본적 독점(radical monopoly)’에 의해서 지배되어 온 경향이 강하다. 근본적 독점은 자동차의 자기 확장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자동차의 등장은 더 많은 포장도로와 고속도로 등 자동차 인프라 확대로 이어졌고, 주차장, 주유소, 정비소, 휴게소, 대형마트, 아웃렛, 드라이브 스루 매장 등 자동차 기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연관 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로 더 많은 자동차가 등장하여 교통체증,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되더라도 자동차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도로, 더 좋은 자동차로 자동차의 입지가 더 강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서 대중교통의 효시였던 노면전차, 자전거 등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이동 수단은 도시에서 설자리를 점점 더 잃었고, 급기야 보행자의 권리마저도 뺴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찾아온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이전보다 심한 자동차 쏠림을 통해서 감염병의 유행 속에 이동의 니즈를 해소하도록 만들고 있다.


고속도로에 대한 투자는 더 많은 교통 수요를 유발해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자동차 쏠림은 우려스럽지만 당장 모든 자동차를 도로에서 몰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에서 가장 유용한 이동 수단이 개인들이 소유한 승용차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동에서 자동차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반 일리치가 자동차의 근본적 독점을 주장한 1970년대와 지금은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사람-사물-정보의 이동 사이에 최적의 조합을 찾아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 오늘날 전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고, 자동차 구동 방식, 자동차 소유 방식, 자동차 운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사이의 오래된 양자택일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동의 선택지를 과감하게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정의 교통'의 일환인 DRT, MaaS 등을 보다 활성화하여 경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구성하는 것도 이동의 선택지를 늘리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퍼스널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의 지위 격상


조금 더 쉽게 이동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법은 자전거를 비롯한 퍼스널모빌리티의 지위를 격상하는 것이다. 이미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유자전거, 공유킥보드 업체들의 난립으로  코로나19 초기에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감염에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성격이 주목받으면서 수요가 폭증하였다. 현재는 없어서 못 구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에 밀려 변방에 머물러 있던 자전거는 코로나19 이후 본래의 친환경적 특징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친화적인 이동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자전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인력의 한계를 보완해 줄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중국 우한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시기 자전거가 도시내 이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봉쇄령을 내린 미국, 유럽 등에서도 자전거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2~3월 이용 건수가 총 230만 건으로 전년 대비 67% 급증하였고, 공유킥보드 이용자도 올해 4월 들어 21만을 돌파하며 1년 새 6배나 급성장하였다. 마을버스 등을 이용했던 단거리 이동을 퍼스널모빌리티로 대체하는 이용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퍼스널모빌리티의 다양한 제품 유형(출처: 한국교통연구원)

퍼스널모빌리티의 지위 격상을 위해서는 물적, 법적 인프라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세계 주요 도시는 코로나19 이후 기존 자동차 도로를 자전거와 도보 공간으로 재구조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런던은 ‘런던 스트리트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향후 자동차 도로를 10배 이상 확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며, 프랑스 파리는 긴급 자전거 도로 개설에 이어 파리를 순환하는 65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신설할 것이라도 발표하였다. 유럽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자전거와 도보 이동을 위한 자동차 없는 거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서울시의 자전거 고속도로 정책에 영감을 준 콜롬비아 보고타는 코로나19 이후 117km 달하는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신설하였다. 변화를 이어가기 위한 제도화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중심의 도로체계에서 자전거, 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용 도로의 확충은 이용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단거리 통행의 분산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도시는 퍼스널모빌리티 확산을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런던, 뉴욕 등 전동자전거, 전동킥보드에 부정적이었던 도시들도 합법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프랑스는 봉쇄 기관 호전된 대기 오염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재원을 조성하였고, 이탈리아는 퍼스널모빌리티를 구입할 경우 최대 500유로까지 환급해 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허용 등 퍼스널모빌리티에 우호적인 제도적 환경을 조성 중인데, 안전교육, 정책홍보, 보험상품 확대 등으로 주류 이동 문화로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퍼스널모빌리티를 대표하는 킥보드 업체는 본격적인 활성 화전에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인 인식의 악화 속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퍼스널모빌리티에 대한 안전모 착용 의무화로 이용자 수 감소가 급격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아직까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이용 문화와 규제 당국의 인식 속에서 도시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로의 쏠림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을 이러한 설익은 인식과 정책으로 사장시키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업체들도 안전과 쾌적한 도시 경관을 위해서 고민이 필요함과 동시에 현재와 같이 퍼스널모빌리티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고 나오는 정책들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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