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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Mar 11. 2017

좋은날

3월 10일, 다 함께 축배를 들어요

한국을 넘어 세계 미디어 매체까지, P사퇴로 도배된 세상

기쁜 우리 젊은날

적어도 우리 한국이 건강하고 강한 나라라는 것을, 십시일반 모인 촛불의 힘이 이다지도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 날

아 순간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했던 내가 부끄러웠던 오늘 

오개월 넘게 눈비바람과 함께 맞서 싸워주신 분들 그리고 최종 판결까지 만장일치를 내린 판결관 모두 고생하셨어요.

적어도 후에 우리의 염원이 비록 시간이 길어지더라고 이뤄진다고, 

절대 포기하지말고 굳건히 불의에 맞서 싸우자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뿌듯하고 벅차고 좋은 오늘 

+ 12시가 넘었지만, 3월 10일 모든 나의 떨림을 기록하는 중이니까



감사합니다. 이대 여러분

하루 종일 뉴스만 봤던 오늘  

청문회 이후 이렇게 집중해서 뉴스를 본 적이 없었는데 참 

이대의 그 누군가가 의문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평생을 모른채로, 무지하게 멍청하게 바라만 봤을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고치려는 자각없이 그저 그들과 같게 - 

오늘은 그렇게 이대에서 시작된 조사가 한국의 모든 촛불을 키고 승리했고, 

언제쯤 답이 나오려나, 정답은 알고 있으나 절차를 따라 (우리는 교육을 받은 이들이니까) 기다리다보니

이런, 빛나서 감히 쳐다볼 수 도 없을만큼 벅차는 해가 당차게 떠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이화여대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하늘에서 엄청 큰 폭죽처럼 터져버린 거 같아." 였다.

그래 큰 폭죽이 우리에게 떨림을 흥분을 그리고 희망을 주었다.

붉게 타오르는 오늘을 계기로 우리 한국은 더 강해졌고, 아 그래 21세기 2017년 온 마음으로 바라던 일이 이뤄졌다. 

 다함께 근현대사 첫페이지를 시작으로 다음 장으로 정정당당하게 넘어갔다. 







이 좋은날, 지난 최태성 역사 강의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미래 기억에 남을 날, 당신이 무엇을 하며 어떤 상태로 보냈는지 꼭 기록해두세요. 이 또한 우리의 역사니까 - 

날씨마져 우리의 밝은 미래를 비춰주고

눈 뜨자마자 정신없이 챙겨입고 스무살때부터 열심히 찾아갔던 여행사행

실장님과 비자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모르게 한시간 넘게 뉴스를 보다 나왔다.

끊임없이 울리는 SNS

한시간 늦게 시간이 흐르는 상하이에서부터 축하해 줄, 21세기 이렇게 멋진 나라가 있을까- 하는 연락을 잔뜩 받았다. 

장만옥언니처럼 낮게 머리를 묶고 저 멀리 서유럽 집시마을에서 사온 녹슨 귀걸이를 하고 있던 오늘 

세상은 참 변했다.

학교로 돌아가 만나는 이들마다 축하해! 우리 모두 축하해요! 진심으로 껴안으며 축하를 나누고 함께 보다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 기도를 - 

자주가던 카페에서 코히를 사들고 학교 산책을 하다가 어린 학교생활 이야기를 듣다가 아직 피지않은 노란 프리지아를 한다발 사 집에 돌아왔다. 



귀국 30시간만에 만난 나의 어머니

이 좋은날 62년생과 92년생 여자 둘은 감히 쉽게 잠을 잘 수 없다며 소소한 주전부리를 두고, 지난 90일과 차후 가장 의미있을 하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추운 겨울에 화가 치오르다 춘삼월 겨울 후 봄은 오는구나! 라는 변치않는 자연의 섭리에 안도의 한숨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지금

이런 역사적인 날, 한국에서 나의 사랑들과 함께 보낼수 있다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참으로



이 좋은날, 참 좋은날 

다함께 기록합시다. 축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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