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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Nov 16. 2015

인턴을 꿈꾸는 소녀의 일기

잘 할 수 있을 거야.

  지난 10월 말 그 쯔음, 격렬하게 중간고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마음이 무척 허했다. 그러자 문득 떠오른 영화 '인턴'. 한동안 막 학기 시험 준비와 자기소개서를 쓰느냐고 정신이 없었지만, 조심스레 다가온 엄마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엄마와 함께 팔짱 끼고'인턴'을 보러 갔다. 재미있다는 평이 솔솔 들리고, 나 또한 스타트업 입사에 관심이 많아 기대를 잔뜩 하고 영화관에 갔다.


  스토리는 포스터에 나와있는 그대로 결말도 훈훈하고 즐겁게 끝난다. 그러나 나는 영화 도입부 서부터 내용에 잘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새벽에 노트북 앞에 앉아  스물네 살인 나의 요즘을 오롯이 적고자 한다.


Intern:

 A student or trainee who works, sometimes without pay, in order to gainwork experience or satisfy requirements for a qualification.(Oxford dictionary)



  직무 경험을 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인턴. 

아직 인턴십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 밖에 없다. 대학생활과 얼마나 다른지, 직장 생활에 대한 낭만이 얼마나 깨지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인턴을 하고 싶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가 보고 싶고 내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직업은 실제 어떤 일을 하며, 어른들의 세계는 어떠한지 진심으로 궁금하기 때문이다. 더 배우고 싶어서 인턴십을 지원한다. 내가 수박 겉 핥기로 알고 있는 얕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인턴십이 고프다.


  이렇게 기대하던 활동에 대한 거절은 여전히 마음 아프다. 사실 내가 어쭙잖게 알고 있음이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들킨 것 같아 민망하고, 나보다 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거품 가득 부풀린 채 지원서를 낸듯싶어 부끄럽다. 이제 더는 우리 사회에서 비전공자라는 변명은 더는 통하지 않는듯싶다. 수많은 만능 엔터이너들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학교 안에서 배우지 않는 것을 그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깨닫고 채우기 위해 인턴을 지원하는데 왜 부수적인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내가 취업 5종 세트 만랩을 찍은 건 아니지만, 미숙함과 순수 사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인턴 에지 원하는 로버트 드니로. 합격했어도 빠르게 돌아가는 회사와 IT 제품들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찾지 않는 상사와 그의 새하얀 맥 컴퓨터 화면 속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NO MAIL 표시에

마음이 심란했다. 실무 경험을 위한 인턴십을 꿈꾸던 내가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사무실 테이블 하나만 차지할까 봐, 굴러 온 미운 돌이 돼서 이미 자리를 잡은 돌(님)들에 피해만 줄까 봐 그리고 그들도 나에게 어떠한 MAIL 하나 보내지 않아 처음 사무실에 발을 들인 날과 똑같은 상태로 사무실을 나가게 될까 봐. 너무 과대망상인 거 나도 잘 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메일함을 확인하는 로버트 아저씨와 텅텅 비어있는 메일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는 아저씨처럼 경력도 온화함도 없기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주변에서 말한 것처럼 가볍게 웃으며 나올 수만은 없었다.

  막 학기를 다니고 이제 꿈틀꿈틀 나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나가는데 이게 얼마나 흥미와 호감 불러 일으킬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것처럼 그들도 나를 잘 모르니 서로 위해 알아가는 과정이 다양하길 바란다. 나 또한 가서 부끄럽지 않은 인턴이 되도록 공부하는 것들, 준비하는 것들 조급해하지 않고 잘 해내야지. Step by step. 나의 이런 공개적인 하소연이 이 찡찡거림이 부디 오래가지 않았으면 한다. 내 이름이 담긴 명함을 들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깊은 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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