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 키워드로
호기롭게 월화수목금 연재한다고 했다가, 빡세게 2주간 연재한 후 결국 호되게 아프고야 말았습니다.
아파봤자 고작 감기인데, 더 큰 중병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병이지만, 난생처음 링겔을 맞을만큼 호되게 아팠습니다. 아직도 회복 중입니다.
아프면서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이 글쓰기의 의미는 뭘까.
처음에는 그저 블로그의 글쓰기를 채울 요량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유행이었고, 그참에 소설과 교차하며 내 인생의 글쓰기를 해보리라, 몇 개 쓰다 보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설 속 김지영씨가 김지영씨의 인생을 조금씩 더 깊이 보여주는 만큼 나도 내 인생을 조금씩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했고, 깊이 묻어두었던 상처와 슬픔들이 올라옴을 느꼈습니다. '지지모임'이라 이름붙여진 어떤 모임에서 언젠가 했던,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힘을 얻고 지속해나가는 글쓰기도 아니고, 브런치라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글쓰기에서 어디까지 나 자신을 파고 들어가야 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습니다. 지금 여기 브런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지금 여기 이 상황에서 나를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나를 내어보여줄 수 있는 만큼만 하겠습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을 만큼만 하겠습니다. 호되게 아팠던 것은 몰려오는 일들에 나이먹으면서 체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겠지만, 어쩌면 조금은 이 글쓰기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여기에서 이만큼 나 자신을 내어보인다는 것이 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빠의 빚'이라는 마지막 글 이후로도 지금까지 나의 생에 쓸 것들이 많습니다. 상처입은 것도 많고 쓸 것들도 많습니다. 결국 아빠는 돌아가셨고, 나는 집을 나와 결혼했으며, 결국 엄마도 돌아가셨고, 나는 독박육아로 미쳐갔으며 등등... 이런 상처를 후벼파는 글쓰기 따위 그만두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 브런치의 끝자락 어딘가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위로받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을까 해서, 차마 그만두지는 못하겠습니다. 이 브런치에서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보다 더 한 상처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놓은 책에서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그런 기억들과 함께 저 역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런 글쓰기를 통해 누군가가 나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라면서 이런저런 글쓰기들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신나게 페미니즘 이야기를 했던 수업에서 어떤 학생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위로받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써 주었습니다. 이제 이 글쓰기의 의미는 우리 사회를 페미니즘적으로 변화시키고 어쩌고 하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위로하고 위로받는 글쓰기라는 의미로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다시 또 시작해보려 합니다. 공감과 위로를 바라는 여자의 글쓰기, 공감과 위로를 주고싶은 여자의 글쓰기. 다만 이제는 주1회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