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일까
어 정우엄마, 애들 자? 어우 그래 우리 애들 안 자, 안 자. 아니 학교도 안 가니까 아침에들 늦게 일어나, 그러고 하루종일 집에 있어, 그러고 계속 놀다놀다 늦게 자는거야. 아니 개학을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젠데, 개학이 또 연기되면 쟤네 정말 어떡한대.
아 참, 정우엄마 그 뉴스 봤어? 아니 이번엔 16살짜리가 잡혔대! 응 그게, n번방과 박사방이 있대. n번방은 1번부터 8번까지 있다 하고, 박사방은 그 n번방과는 별도의 방이고. 이번에 잡힌 애는 원래 박사방 사용자였다가 뭔가 박사랑 싸우고 나가서 더 보안인 센 '와이어'라는 데다가 방을 만들어서 박사랑 똑같은 짓 한 애래. 근데 16살인거야. 아니 근데 생각해봐. 그걸 작년부터 했다고 하는데, 그럼 15살짜리 중학생때부터 그런 성착취 범죄를 한거야. 말이 돼?! 응 그래, 우리 애들 친구들일 수도 있다니까. 쟤네들 학교에 있을 수도 있다니까! 어우 심장 벌렁거려.
아니 그러니까 말야, 도대체 몇 살때부터 뭘 어떻게 하기 시작하는거야. 아 맞다! 그래, 그 맨박스 책에 나오는 얘기지. 토니 포터 아저씨가 12살 때였다잖아. 16살짜리 동네 형이 지적장애 여자애 데려와서 집단강간 하라고 시킨게 말야. 응, 나도 처음 테드 영상으로 그 얘기 나올 때 헉 했지. 근데 생각해봐, 12살이면 초등학교 4학년이나 5학년쯤이잖아. 책에 보면 “나는 어렸지만 그간 사회적으로 배운 게 있었다”(31쪽)고 나와. 그 12살짜리 남자애가 무슨 생각을 했게. “남자라면 섹스가 당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순간 성적 취향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33쪽)잖아. 안 그러면 동성애자냐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보다 더 심한 욕들을 듣고 남자애들 세계에서 완전 왕따당한다고. 남자나 여자나 그 나이때쯤 또래집단이 얼마나 중요할 시기야. 그런데 남자애들 사이에서 매장당한다고 생각해봐, 견딜 수가 없겠지. 근데 그 토니 포터 아저씨가 그 n번방 들어가는 26만명같은 남자가 아니잖아.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남성 교육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며 하는 사람인데. 응, 무슨 조직도 만들었잖아. 역사가 꽤 오래됐어. 20년 넘었다더라고. 아무튼 지금 그렇게 누구보다도 남성교육에 힘쓰는 그 아저씨도 12살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잖아. 응, 그래서 그 동네를 주름잡던 16살짜리 형이 그 지적장애 여자애 데려다놓은 방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마치 한 것처럼, 강간 한 것처럼 막 지퍼 올리면서 방문 열고 나가고 어쩌고 연기했다잖아. 오직 그 남자애들 세계에서 평판 망가지지 않게 살아남으려고 말야. 하, 그러게 나도 어이가 없다.
근데 생각해 봐, 남자들은 항상 섹스에 대해 말하고 자기네들 성욕에 대해 겉으로 드러내는 걸 자랑으로 삼잖아. 성욕이 왜 남자만 있겠어 여자도 있지. 여자가 남자만큼 성욕이 없어서 우리가 이러고 사는 게 아니야. 아주 오랫동안 이 사회가,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남성의 성만 드러내는 문화여서 그런 거지. 성욕은 남자의 본능이라고 우기는데, 아니, 그 유명한 사회 이론인 매슬로우의 욕구위계론은 그럼 대학에서 왜 가르치니. 거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하잖아. 여자도 인간이지, 그리고 그 매슬로우 이론에서 여자 남자 구분 안했지, 그니까 여자도 당연히 식욕, 수면욕, 성욕이 있는 인간인거지. 근데 무슨 남자만 성욕이 어쩌구야. 그건 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거야. 그렇게 아주 어릴 때부터 남자의 성, 심지어 남자의 고추는 드러내고 자랑해도 되는 걸로 온 사회가 남자아이들에게 암묵적으로 주입하는 거야. 그러니까 12살에 벌써, 섹스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남자들 세계에서 매장당한다는 개념이 서는 거지. 어우 말하다 보니 또 열받네. 아니 그러고 토니 포터 아저씨가 16살 때 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대잖아. 어, 아직 거기까진 안 읽었어? 어 하하 금방 나와.
어머, 애들이 하도 쿵쿵거리고 놀아서 시끄럽다고 아랫집에서 올라왔어? 아고 그래 얼른 애들 조용히시키고 재워야겠네. 웬일이야 어휴. 그래그래 애들 잘 재워. 또 통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