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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31. 2022

코로나 일기: 아이 4일차

고등학생 아이와 함께 하는 코로나 확진 일기

아이 4일차. 3.27. 일요일. 확진 통보 받음.


아이는 계속 목이 아프다며 말을 못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목감기에 일가견이 있던 나는 극심한 목감기로 목을 칼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아이가 얼마나 아플까 걱정이 되었다. 그 고통이 나에게도 막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보니, 확진 판정을 받으면 비대면진료를 해주는 병원들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 비대면 진료'라고 네이버 웹검색을 해도 나오고, 네이버지도 앱에는 아예 상단에 '코로나전화상담병원'이란 버튼이 있다. 아직 나와 다른 가족들은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니까 우리 중 한 명이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요일이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도 오후 1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 약간 관건이었다. 


오전 9시 정도부터 나와 가족들은 부스스 깨어 일어났다. 둘째아이는 언니와 한 방에서 잘 수가 없어서 안방 침대에서 나랑 잤고, 남편이 거실에 나가서 잤다. 큰아이는 계속 자고 있었고, 둘째와 나는 수시로 큰아이 방에 들어가 아이의 전화기를 확인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집구석에 굴러다니던 의료용 실리콘 장갑도 꼈다. 2년 전 코로나가 처음 시작될 때 중국에 있는 남편 친구가 보내준 것이었다. 2년간 쓰지를 않고 있어서 최근에 주방에서 일회용 장갑으로 그냥 쓰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활용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무튼 기다리는 문자는  계속 오지 않았다. 둘째아이는 그동안 친구들을 보면 보통 2교시에 문자가 오고 3교시에 등교를 하는데..라고 하며, 2교시면 대충 10시쯤인데.. 라고 하며 이상해했다. 아무리 확인해도 문자가 오지 않고, 예배시간인 11시가 되었다. 나와 남편은 거실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예배를 시청하고, 둘째는 안방에서 줌으로 예배에 접속했다. 



큰아이는 대략 12시쯤에 일어났던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이상했다. 문자가 오지 않았다. 나는 '확진자가 많아서 행정마비가 되었나' 생각했고, 큰아이는 '혹시 내가 전화번호를 잘못 적었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점심밥을 하는 와중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지금 확진자가 많아서 밀려서 그럴수도 있는데 관할 보건소로 전화하라고 했고, 오늘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번호로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질 않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두가지가 겹쳐서 그런건지. 그러면서 병원 진료 마감시간인 1시가 거의 다 되어가길래 더 이상 전화걸기를 포기했다. 지금 전화를 걸어서 문자가 당장 와봤자 이미 병원은 문을 닫을 것이었다. 목이 아프다는 아이를 위해 병원 처방약을 받아보려고 했으나 그렇게 무산되었다.


그러고 있는데 아이가 방에서, '데이터 켰더니 문자 왔어, 확진이래!'라고 말했다. 저런. 데이터를 꺼두었구나. 저런. 데이터를 지금 켰구나. 세상에. 데이터를 꺼두어서 문자가 못 온 거였구나. 저런. 내가 그렇게 자주 가서 확인했는데!!!!

그토록 기다리던 확진 통보 문자

하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 있어서 병원에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아이가 계속 목이 아프다고 해서 쌀죽을 끓여 주었다. 사실 얼마나 많이 아픈지 아이가 말 자체를 잘 못 해서 모르겠고, 다른 가족들 식사를 위해 불고기를 구우면서 아이에게 조금 가져다 주었는데, 아이는 불고기도 먹지 못했다. 뭘 삼킬 때마다 계속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침대에 누워서 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방에 들어간 동생의 '아이고 팔자가 좋구만'이란 말에 엄지척을 해보였다고 한다. 


저녁 즈음에는 갑자기 회가 먹고 싶어서 남편과 통인시장에 걸어가서 회도 사고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사와서 작은아이와 셋이 먹었다. 큰아이는 점심에 많이 끓여두었던 쌀죽과 시장에서 사온 반찬들과 딸기를 가져다주었다. 한참 후에 나온 큰아이는 반찬은 먹지도 못했고, 딸기를 먹으니 목이 더 아프다며 딸기도 다 남겨 나왔다. 목이 정말로 많이 아프구나, 아, 데이터를 켰으면 오늘 병원 처방약을 받을 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밤 동안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른 동거가족들.


확진자의 동거가족들은 확진 문자 통보받은지 3일 이내에 PCR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오늘이 평일이었다면, 데이터를 안 켜서 못 받았던 문자를 오후에 확인했어도 오후에 검사를 하러 가면 될텐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선별진료소나 근처 병원들 모두 오후 1시면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내일 검사를 해야겠네 라고 말하자 둘째아이가 '앗싸, 학교 안 간다!'라며 신나했다. 이미 숱하게 친구들의 검사 과정을 학교에서 지켜본 둘째는 PCR검사를 한 날과 그 다음날 검사결과가 나오는 시각까지 등교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가만 보니 가장 신난 것은 둘째였다. 본인은 증상도 없고 학교도 안 갈 수 있으니. 폰과 함께 살아가는 둘째는 인스타에서 봤다면서, '엄마! 어떤 사람이 토요일에 확진되면, 그 다음주 금요일까지 자가격리인데, 그러면 토, 일요일을 또 놀 수가 있어서 개꿀이래!'라고 했다. '어머, 너네언니네!'라고 내가 알려주자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마구 웃어댔다. 


남편은 회사 일을 집에서 해야겠네 라며 다소 난감해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미 월요일 약속은 취소했고, 화요일 오후 강의준비와 화요일까지 마감인 강의원고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하지만 일단 일요일은 일요일이니까 역시 또 둘째와 함께 영화를 보다가 놀다가 잤다. 자기 전에 대량으로 먹을 것을 주문해놓았다. 혹시모를 일이었다. 우리가 무증상이지만 양성이 뜰 경우 또 집안에 머물러야 하니 먹을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오늘은 또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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