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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31. 2022

코로나 일기: 아이 5일차, 나 1일차

아이와 함께하는 코로나 일기

아이 5일차. 3.28. 월요일. 계속되는 인후통.

나 1일차. 경미한 인후통 시작.


미션 1. 아이 비대면진료 처방약 받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코로나 전화상담으로 처방약을 받아다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인후통은 점점 심해져갔다. 진짜 제일 많이 아픈게 10이라고 하고, 1부터 10까지 어느 정도 아픈지 점수 매겨보면 몇인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조금 생각하다 6 혹은 7 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무언가를 잘 참는 아이의 성격 치고 6, 7점이면 꽤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였다. 아예 자가키트에 양성이 뜨던 토욜에 전화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아다 줄 걸, 그 때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약간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면 집에 있는 예전에 처방받아 온 감기약을 먹일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많이 아픈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오전 9시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화상담병원인 이비인후과에 전화를 했다. 전화받는 간호사는 약 1시간 안에 나에게 전화가 올 거라고 말했다. 오케이, 그 정도면 오전 중에 아이에게 약을 받아다 줄 수 있겠다 싶어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약 2시간쯤 지났는데도 병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아이는 계속 목이 아프다는데 초조해진 나는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어떤 남자 간호사가 받았는데, 죄송하지만 지금 신속항원검사와 진료를 받으러 환자분들이 계속 오고 있어서 비대면진료 상담이 지연되고 있다고... 몇시에 전화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봐주고 전화를 해준댔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갑해져서 네이버지도에서 다른 병원을 찾아보았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검색하다가, 여러군데 병원에 전화를 해놓고 가장 빨리 오는 데서 처방받았다는 사람을 본 것 같았다. 가깝고 별로 인기없을 것 같은 병원으로 가정의학과가 있었다. 코로나 처방인데 이비인후과가 좋지 않을까 했지만, 코로나 처방약이 뭐 그렇게 다채로울까 대체로 정해져 있겠지 싶어서 가정의학과에 전화를 했다. 그러고 나니 아까 그 이비인후과에서는 오후 2시 이전에 전화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알았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2시 반쯤에 그 가정의학과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목이 아파서 말을 못한다고 하고 목 아픈 증상을 말해주었다. 그 의사선생님은 약 처방을 해준다고 했고, 내가 원하는 약국에 팩스를 보내줄 수 있지만 약국 팩스번호는 내가 알아와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가깝기에 나는 그냥 그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으로 해달라고 했다. 휴.. 미션 한개 클리어했다. 


1시 반쯤인가에 이비인후과에서도 전화가 왔다. 뭔가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리고 느낌이 괜찮았지만, 아무튼 아이가 목이 많이 아파서 다른 병원에서 먼저 전화온 데서 처방받았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션 2. 나머지 가족들 PCR 검사 하기


둘째아이와 나는 아침을 챙겨먹고 옷을 갈아입고 검사받으러 갈 준비를 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둘째는 검사를 했냐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1교시가 지나도록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접속을 하지 않아 궁금해서 하신 것 같았다. 요즘은 학교에 코로나 확진받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대체로 모든 수업에 항상 구글미트를 열어둔다고 했다. 남편은 회사 일을 하는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일을 하는 중이었다. 본인은 지금 하는 뭔가 그 일을 끝내고 나갈 수 있다고 하길래 나와 둘째아이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둘째는 코로나 초창기이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학교에서 단체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너무 무섭고 너무 아팠다며, 시청까지 걸어가는 길에 갑자기 무서워 떨었다. 둘째는 원래 병원에 상당히 겁이 많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 구강검진으로 치과에 데려갔다가 완전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 어쨌거나 둘째와 나는 이번에는 당당히 PCR 라인으로 가서 큰아이에게 온 문자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주고 PCR검사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사람이 별로 없었고, 앞사람과 조금 떨어져 줄을 서 있으면서 둘째는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한 눈에 스캔했다. 맨 왼쪽 창구에서 이름을 말하고 스티커를 받는다. 그러면서 대체로 사람들이 그 창구 앞에 있는 손소독제로 손을 닦는다. 그 옆에 있는 두번째 창구에는 팔만 내민 간호사가 재빨리 코를 쑤신 다음에 통 뚜껑을 닫아서 우리에게 준다. 그러면 저 멀리 떨어진 창구에 가서 그 통을 넣으면 되는 것 같았다. 남들이 하는 걸 보니 거의 한 3초만에 코를 쑤시는 것 같았다. 하도 그 일만 해서 숙련이 되었는지 정말 빨리 후다닥 검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서울광장 앞 선별진료소의 pcr 검사 풍경


둘째와 나도 줄 서 있다가 그런 식으로 남들과 똑같이 검사를 받았다. 먼저 할래 나중에 할래 물었더니 아이가 먼저 하겠다고 해서 검사를 먼저 받았다. 검사는 정말 후다닥 찌르고 끝났는데, 어제의 신속항원검사보다는 조금 더 깊이 찌르는 느낌이었다. 신속항원검사 때는 오른쪽 왼쪽 둘 다 찔렀는데, 오늘은 왼쪽 코 한쪽만 찔렀다. 맨 나중에 있는 창구에서 내 검사결과가 담긴 작은 통을 무슨 구멍에 쑥 넣을 때에는 첫 번째 창구에서 받은 내 이름이 프린트된 스티커도 함께 넣어야 했다. 그 창구 안에 있던 아저씨는 불친절해서 그런지 심심해서 그런지 그냥 시비걸고 싶어서 그런건지 둘째가 통만 넣고 스티커를 넣지 않았다며 신경질을 내면서 검사 처음 해보냐고 아이에게 묻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기죽지 않는 둘째는 당당하게 '네 PCR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내가 다가가서 '왜? 스티커도 넣어야 한대?'라고 하며 보호자인 티를 팍팍 내자 창구 너머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 아저씨는 조용해졌다. 약간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어쨌든 PCR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왔다. 


남편은 본인 할 일을 마치고 오전에 느즈막히 집을 나섰다. 다행히 남편이 나갔다 오는 시간과 큰아이의 약처방 받은 시간이 얼추 겹쳐서, 남편이 검사받고 집에 오는 길에 약국에서 약을 픽업해 주었다. 


미션 3. 아이 아이스크림 사다주기


친구들 단톡방에 큰아이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전해주자 친구 1은 목아플 땐 아이스크림이라며 세븐일레븐에서만 판다는 제주우유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알려주었고, 친구 2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쿠폰을 보내주었다. 기특한 친구같으니. 그래서 나는 큰아이를 위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기로 했다. 원래 동거인은 PCR 검사 하고 오면 결과 나올 때까지 외출 자제하라고 했는데 가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확진자인 큰아이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기에 kf 94 마스크를 쓰고 걸어서 배스킨라빈스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세븐일레븐에도 들러서 제주우유 아이스크림도 사왔다. 아이는 엄청 좋아하며 블록 아이스크림 두 통을 단숨에 먹어치웠다. 목 아프다고 죽도 남기더니, 이거라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목도 안 아프지만 한 집에 살고 있으므로 덩달아 둘째도 아이스크림을 신나하며 먹었다. 6개월째 키토다이어트중인 나는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지만, 아이가 먹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 입만 달라고 했다. 무심코 아이가 먹던 숟가락으로 떠서 먹은 후에 아이나 나나 둘다 앗!하고 깨달음의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먹어버린 후였다. 아 몰라 이미 먹었어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배라 블록팩. 뚜껑 안에  스푼이 들어있다.


뭔가 목에 묵직한 느낌

아마 오전에도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오후에 배스킨라빈스에 다녀올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목이 아주 약간 잠기는 것 같은, 뭔가 목에 묵직한 게 걸려있는 것 같은 미세한 느낌이랄까. 목이 잠긴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심하지 않았고, 느낌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다. 조금 심상치 않았다. 처음에 큰아이도 오전에 목이 아팠다가 오후 이후로는 안 아팠다고 했는데...


미션 4. 대학원수업 수강생들에게 공지하기


생각해보니 내일이 이번 학기 1개 하는 강의인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검사결과가 내일 나오니까 검사결과와 나의 목 상태를 보고 혹시 수업을 쉬어야 하면 내일 공지를 할까 하다가, 그래도 조금 미리 공지를 해두는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더 좋겠지 라고 생각을 했다. 학교 LMS에 공지사항을 올리고, 학생들의 이메일로 자동으로 글이 가도록 지정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내일 오전에 나올 검사결과를 보고 혹시 나의 목 컨디션이 더 안 좋아져서 수업을 못하거나 하게 되면 오후 1~4시 사이에 공지를 올려두겠다고 했다. 수업 시작시간은 4시니까. 이 때까지만 해도 별일 없겠지 라는 생각이 컸다. 


여전히, 격리 아닌 격리.


이것은 격리인가 격리가 아닌가, 지금까지 이런 격리는 없었다. (어제 둘째와 함께 '극한직업'을 다시 본 여파다). 큰아이는 여전히 방에서 생활하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화장실을 같이 쓰고 있고, 아이는 또 여전히 컵에 물을 채우러 주방에 나오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방 밖을 나올 때 실리콘 장갑을 끼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못했고, 장갑은 큰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식구가 끼고 있었다. 주로 주방에서. 또 화장실에서도 각자 들어갔다 나올 때 세균 죽이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변기와 세면대 주변을 닦기는 하지만, 사실 이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질 않으니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생각을 하다 문득 약간의 분리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큰아이가 사용할 비누, 클렌징, 치약, 컵 등과 나머지 가족이 사용할 물건을 세면대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해 놓았다. 이거 가지고 될까 싶었지만 물건을 같이 쓰지 말라고 했으니 일단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또 나머지 가족들도, 예를 들어 목에 묵직한 느낌이 있는 내가 코로나에 걸린 것이라면, 다른 가족들과도 이미 격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들도 얼만든지 옮았을 수도 있다. 둘째와 아이스크림을 같은 숟가락으로 먹은 것 말고도, 같은 빨대로 먹은 적도 있다. 지루하게 하루종일 집에 있던 둘째가 답답했는지, 청계천을 걸으러 나가자는 나의 말에 응했고, 청계천 쪽에 오트라떼가 진짜 맛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나는 아몬드브리즈라떼를, 둘째는 아이스초코를 테이크아웃해서 청계천을 걸으면서 먹었다. 그런데 아이스초코가 진짜 너무 맛있다고 하길래 나도 한입만 달라고 해서 아이가 먹던 빨대로 나도 먹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어제는 안방의 침대에서 둘째와 함께 영화 극한직업을 보고 있는데 남편이 중간에 들어와서 아예 셋이 한 침대에서 뭉개고 놀았다. 옮은 거면 이미 다 옮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잠은 따로 자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남편과 아이는 각자 침낭을 갖고 거실에 나가서 본인들도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잤다. 한 집에 같이 살면서는 자가격리라는 것이 정말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매일 계속해서 깨닫고 있었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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