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17일
이제 말을 곧 잘하는 만두지만 그걸 녹음해서 따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하나 이모가 집을 다녀간 뒤로 오늘 아침에 하나 이모가 보고 싶다고 해서 이모를 들려줄 심산으로 음성 녹음을 조금 해봤는데 어눌한 발음이 의외로 너무 귀엽다.
열심히 또박또박 발음하지만 조금 어설픈 발음을 계속 들으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조금 미숙해 보여도 최선을 다한 거라면 그 끝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명언집을 통해서 배우지 않아도 부모가 되면 바로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마트 가서 아직 뭘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고집을 피운 적이 없었는데 어젯밤에 처음으로 시크릿 쥬쥬 전화기를 사달라고 아이가 떼를 피운다.
이제 다른 부모들처럼 마트에서는 장난감을 하나만 골라야 한다, 이번엔 못 산다 실랑이해야 하는 날들이 내게도 드디어 왔구나 싶으니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지만 아무쪼록 떼는 조금만 피워주길 바라본다.
소변과 대변을 가리는 연습을 종종 하는 요즘인데 아직은 사후 통보 격으로 볼 일을 본 뒤 내용을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기저귀를 떼면 아이가 성장한 느낌도 들고 짐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런 연습과 변화가 아이로부터 스스로 일어난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역시나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답이 가장 잘 맞는 것이 또한 육아인 것 같다고 한번 더 느끼며 지나간다.